'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담배꽁초에 꽉 막혀버린 빗물받이
일부는 여전히 빗물받이에 꽁초 투기…지자체 노력도 역부족
6호 태풍 '카눈', 많은 비 몰고 북상 중…역류 우려도 제기
- 서상혁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문혜원 기자 = "하루에도 수시로 청소해요. 이렇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요. 이렇게 안 치우면 빗물받이로 꽁초가 다 흘러가서 막힐 거예요. 담배 피우고 꽁초를 그대로 땅에다 버리고, 내 눈앞에서 꽁초를 버렸으면서 버리지 않았다고 우기는 사람도 많아요."
10일 오전 9시. 전국이 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면서 서울 강남역 인근에도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도 강남역 11번 출구 뒷골목에는 여전히 흡연자로 북적였다. 10여분 동안 약 15명의 흡연자가 다녀갔다. 대부분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넣거나, 그대로 바닥에 버리곤 자리를 떴다.
흡연자들이 많아지면 인근 건물 관리인 김모씨도 바빠진다. 조금만 한눈을 팔았다간 걷잡을 수 없이 꽁초가 쌓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미리 치워두지 않으면 도로 앞 빗물받이로 꽁초가 흘러가, 폭우 시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
건너편 상황도 비슷했다. 9시30분 신논현역 7번 출구 인근 골목에도 직장인, 학생 등 20여명의 시민들이 무리를 지어 흡연하고 있었다. 11번 출구에서처럼 열에 여덟은 빗물받이에 꽁초를 버렸다. 뒤이어 온 4~5명의 무리도 흡연 후 빗물받이에 꽁초를 버리고 자리를 떴다. 이미 인근 빗물받이는 흘러들어온 꽁초와 나뭇잎으로 뒤덮였다.
서초구는 최근 담배꽁초 투기를 막는 취지로 빗물받이에 페인트로 노란색 사선을 그었으나, 그 안에는 여전히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빗물받이 주변에 "담배 안 돼요" "쓰레기 안 돼요"라는 문구를 적어놔도 담배꽁초 투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흡연자들은 "버릴 곳이 없다"고 항변한다. 강남역 주변에서 만난 한 흡연자는 "담배를 피운 후 꽁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쓰레기통 같은 버릴 곳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몇몇 미화원분들한테 지적을 받은 후 쓰레기통 용도로 조그마한 페트병을 들고 다니긴 한다"며 "그래도 쓰레기통이 좀 있으면 빗물받이에 버리는 일도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도시의 기초 배수 시설인 빗물받이는 빗물을 저류시설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강남역 일대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 담배꽁초 등 쓰레기에 막혀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비닐 등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으면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나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담배꽁초를 포함해 여러 쓰레기가 빗물받이로 들어가면, 입구뿐 아니라 안쪽 깊숙한 곳도 막히는 상황이 종종 있다"며 "비가 오는 상황, 특히 침수 우려 지역의 경우엔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얼마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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