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모텔 전전, 토사 그대로인데 그냥 입주?"…극동APT 주민 '분통'
동작구청 안전 점검 결과 공개 없이 일부 가구 입주 허용
"아파트에 쥐 들끓어"…수해 지원서도 제외
- 송상현 기자, 권진영 기자,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권진영 박동해 기자 = "아직 토사가 보여 언제 또 산사태가 날지도 모르고 오늘 또 비가 온다는데, 어떻게 믿고 집에 들어갑니까?"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벌어진 산사태로 피해를 본 극동아파트 105동 주민 이도은씨(42·여)는 20일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동작구청은 구조물 안전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씨와 같이 105동 일부 거주자에게 지난 27일부터 입주를 허용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복귀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구청이 안전 점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무작정 입주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담장(옹벽)이 무너진 상태로 토사가 보이고 낙석위험도 있는데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냐"며 "안전 점검 문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구청은 대꾸도 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107동 주민 40대 A씨(여) 역시 "아파트엔 쥐가 들끓고, 전선들이 노출돼 나뒹구는 상황"이라며 "파란색 천으로 덮어놓은 토사가 언제 다시 아파트로 흘러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입주하라는 것이냐"며 하소연했다. 105동 주민 김모씨(35·여)는 "비가 오면 2차 붕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토사 그대로 노출돼 추가 붕괴 위험 '불안'…동작구청 일부 가구 입주 허용
실제 지난 29일 방문한 극동아파트 105·107동엔 현관 앞으로 무너진 옹벽 일부가 철거되긴 했지만, 토사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나무들도 나뒹굴고 있어 추가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 보였다. 아파트 내부 역시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고 파편들이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구청은 30일 비가 내리자 임시방편으로 토사를 파란천으로 덮어놨다.
이번 사태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오후 9시30분쯤 벌어졌다.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는 현충원 인근의 공원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아파트를 보호하는 20m 길이의 축대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이 축대는 아파트 105동과 107동을 현관과 저층부 일부 가구를 덮쳤다. 그렇게 200여가구 554명의 주민들의 이재민 생활은 시작됐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가 동작구청의 관리 부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옹벽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토사는 동작구청이 관리하는 서울시 소유의 공원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동작구는 행정안전부와의 합동으로 실시한 안전진단을 토대로 주민들에게 27일부터 105동 1~4호라인, 107동 3~4호라인의 입주가 시작된다고 13일 공지했다. 이후 동작구청은 붕괴 가능성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22일부터 민간업체에 의뢰해 구조물 안전 점검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입주 전날인 26일이 되자 실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확답받기 위해 구청과 수십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다. 결국 구청은 이날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105동 1~4라인만 입주가 된다고 추가 공지를 내렸다. 안전 점검 결과는 알려주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의도 받지 않았다.
극동아파트에는 동작구가 마련한 재난현장통합이원본부가 마련돼 있고 공무원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질문에 항상 "모른다. 구청에 물어봐야 한다"로 일관한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결국 안전을 신뢰할 수 없는 주민 대다수는 입주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입주가 시급하다고 한 만큼 약속한 입주 일자를 맞추기 위해 민간업체에서 안전 점검 결과를 구두로 받아 일부 주민의 입주를 허용한 것"이라며 "안전 점검과 관련한 완벽한 서류를 최대한 빨리 받기 위해 독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숙박비 7만원 지원하지만 "아기 데리고 어떻게 모텔에"…수해 아니라며 200만원 지원도 제외
구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은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얼떨결에 집 밖으로 빠져나와 이재민 대피소와 인근 숙소, 지인 집 등을 전전하며 20일 넘게 생활하고 있다.
동작구는 11일부터 극동아파트 105·107동 이재민 대상으로 일일 기준 숙박비 7만원(2인 기준), 식비 2만400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근 숙박시설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입을 모은다.
107동 주민 김모씨(35)는 "인근에 오래된 모텔도 8만원"이라며 "아기 있는 가정, 고령인 가정이 어떻게 모텔에서 생활하냐"며 한숨을 쉬었다. 더군다나 인근 모텔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받거나, 대실 장사를 위해 장기 투숙을 금지하면서 주민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에 동작구는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가구와 소상공인에게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발표했지만 극동아파트 주민들은 제외됐다. 산사태일 뿐 침수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수해 지원금 같은 건 아예 신청조차 불가"라며 "구청에서 따로 극동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지원을)해 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해 놓고 예산이 없어서 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관계자는 "극동아파트 주민에게 동작구 자체의 긴급재난 지원금을 주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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