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형 몰카·포이즌 탭까지…'007' 같았던 군사 기밀 빼내기 '충격'
초유의 현역군인 간첩사건…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노렸나
현역대위·코인거래소 대표, 北공작원서 7억 받고 군사 기밀 유출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군 현역 장교가 직접 간첩행위를 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 포이즌 탭(Poison Tap, 해킹 장치의 일종) 등을 동원, 마치 대표적인 첩보영화 007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간첩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4800만원에 포섭된 현역 대위는 군사 기밀과 자료를 여러 차례에 걸쳐 전송했고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까지 시도하다 구속기소 됐다. 현역 군인 간첩 혐의 사건은 이번이 최초라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8일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검찰 등에 따르면 29세의 현역 대위 A씨는 임관 후 지난 2020년 3월쯤 민간인 대학 동기의 소개로 북한 해커와 연락하게 됐다. A씨는 2011년 11월쯤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고 국방망 육군 홈페이지 화면, 육군 보안 수칙 등을 촬영, 텔레그램으로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이 합작으로 노린 타깃은 군사Ⅱ급 비밀인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KJCCS는 전·평시 군 작전지휘 및 군사기밀 유통에 사용되는 전산 체제다. 군은 지휘관의 명령을 빠르게 하달하기 위한 전산 체계를 사용하는데 지휘관의 명령을 하달하고 기밀 송·수신 용도로 쓰이는 상위 체계가 KJCCS다. A씨는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올해 1월쯤 북한 공작원의 지령이 떨어지자 A씨는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 B씨(38)와 연계해 KJCCS 해킹 시도에 도움을 주고자 로그인 자료 등을 촬영해 전송하기도 했다.
이들의 작업은 계속됐다. A씨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비트코인을 받아 휴대전화와 자료 전송용 노트북을 구매했고 B씨로부터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를 택배로 받아 영내에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B씨는 택배 수취인을 가공의 인물로 설정해 보내는 등 이 작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그렇지만 실제 작업은 몰래카메라의 화질이 떨어지는 등 성능이 좋지 않아 결국 휴대전화로 촬영이 이뤄졌다.
B씨와 북한 공작원의 연계도 동시에 이뤄졌다. B씨는 해킹 목적으로 USB 형태의 해킹 장비 관련 부품을 구입하고 조립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가 프로그래밍할 실력이 안 된 것이다. B씨는 북한 공작원에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신의 노트북을 연결해줘 원격으로 설치가 이뤄졌다.
이처럼 은밀하고 치밀함 속에 이뤄진 간첩 활동에도 KJCCS를 해킹하는 데 실패했다. 안보지원사가 올해 1월쯤 A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시를 개시, 그 과정에서 KJCCS 해킹 준비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2월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에 첩보를 제공, 본격적인 수사가 전개됐기 때문이다. 인지사의 첩보 전달, 경찰의 공조 수사, 검찰의 신속한 영장 청구 등의 기관 간 원활한 협조가 빛을 발했다.
경찰은 B씨를 대상으로 통신영장 집행 등 3차례에 걸쳐 강제 수사를 해 증거를 확보했고 4월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또한 직후인 이달 5일 A씨와 B씨를 동시에 구속했다. 이들에 의해 KJCCS가 해킹됐다면 대량의 군사기밀 유출이 이뤄져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험이 초래할 수 있었지만 미수에 그치게 됐다.
이들은 체포된 직후 조사에서 간첩 혐의를 부인하다 증거를 들이밀자 시인했다. 이들은 또 북한 공작원과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말투 등을 통해 그가 북한 국적이라는 사실도 짐작했다고 한다.
다만 이들은 추가 자백은 없이 증거로 제시한 내용만 인정하고 있어 기밀 유출의 범위 등을 확인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B씨가 북한 공작원을 처음 알게 된 지는 6년여 전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북한 공작원을 처음 알게 된 B씨는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등 60만달러(약 7억원)가량의 암호화폐를 받은 후 포섭됐다. A씨와의 공조 이전에 그간 어떤 간첩 행위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북한의 공작에 현역 군인이 너무나도 쉽게 노출됐다는 사실은 충격을 준다. 북한 공작원이 A씨를 포섭하는 데 쓴 돈은 4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이었다. A씨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포섭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작원의 시도가 실패하기는 했지만 A씨 이전에 또 다른 현역 대위를 포섭하려고 시도했다.
현역 대위인 A씨는 군인인 관계로 지난 15일 국방부 검찰단에 송치됐고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는 이날 구속기소 했다. 민간인인 B씨는 체포한 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송치했고 검찰은 B씨를 구속기소 했다. 경찰은 A씨를 북한 공작원에게 소개해 준 대학 동기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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