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회원' 카페 '택시부활차량' 사기…경찰, 출국금지 검토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2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거느린 한 이른바 '택시부활(택부)차량' 판매사 사장이 회원과 지인 등으로부터 최소 10억원대의 사기를 저지르고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택부차량 판매사 사장 A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고소인은 지난달 1일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이후 성동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됐다.
A씨는 1만9800여명의 회원을 둔 한 포털사이트 택부차량 판매 카페 운영자이자 서울 장한평역 인근 자동차매매거리 내 택부차량 판매 전문 B회사의 사장이다.
택부차량은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많은 영업용 택시들을 폐차 후 도색과 부품 교체 등 개조를 거쳐 자가용으로 용도변경된 차량을 의미한다. 대개 판매사들은 사용 연한이 지난 택시를 산 뒤 폐차·개조 등의 과정을 거쳐 매입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택부차량은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가 좋아 1~2년 정도 타려는 사람들이 주로 구입한다. 지난 2019년 '액화석유가스(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일반인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며, 연료 가격이 저렴한 택부차량의 수요가 늘었다.
통상 택부차량 거래는 일반 중고차 거래와 같이 차량 매매상사 소속 딜러를 끼고 선 계약금 납입·후 완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A씨는 카페의 인지도를 이용해 지난 몇년간 딜러를 끼지 않고 고객과 직거래 방식으로 일부 계약금 납입·후 완납 방식으로 거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최근 3~4달 전부터 차량값을 일시 전액 지불하면 50만원 정도 할인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하며 차량을 집중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방식이 달라졌지만 A씨에 대한 카페 후기가 좋고 인지도·신뢰도도 있었던 만큼 회원들은 혜택을 보기 위해 차량 금액을 전액 일시 지불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구매 회원들 대부분이 돈을 지급했음에도 차량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카페 내부에서 돌기 시작했다. 이들은 A씨에게 차량을 달라고 수차례 연락했으나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A씨의 말을 믿었다.
피해자는 전국에 최소 수십명, 피해금액은 10억원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피해금액은 수백만원부터 수억원까지 다양했다. A씨는 회원들뿐만 아니라 또 다른 택부차량 판매사에서 돈을 받고도 차량을 주지 않았고, 장한평 자동차매매 거리 내 도색·썬팅 업체 사장 등에게도 차량 개조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가 최근 들어 본인 명의의 통장 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배우자, 친척 등으로 추정되는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명의를 사기에 이용하고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C씨는 "지난해 말부터 차량을 받지 못했다는 카페 후기 등이 올라왔지만 어느샌가 글이 사라져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하자 A씨가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100만원을 입금해주며 회원들을 달래기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D씨는 "7월10일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서 A씨를 봤는데, 주말 이용해서 잠적한 것 같다"며 "자동차매매 거리 내 당한 사장님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지역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성동경찰서로 이관된 고소장은 총 3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3일 성동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까지 받았으나 이후 지난 11~12일 사이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며 변제하고 있다"고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출국금지 조치를 검토하는 한편, 신병이 확보되면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뉴스1은 A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A씨는 해당 보도 이후인 16일 뉴스1에 연락해 현재 민·형사상 소송 중인 내용을 공개하며 "과도한 고리대금을 쓰면서 돌려 막기식으로 운영해오다가 일이 커져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16일 경찰에 자진 출석 후 조사를 받고 카페 회원들 관련 약 1억원 상당의 피해금액을 변제하기 위해 합의하고 있다"며 "이미 접수됐거나, 접수될 고소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성실히 받고 변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려를 끼쳐드린 회원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저와 관련된 가족, 지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신상공개 등은 삼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dyeo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