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맨 아래 수사관 '단독 일탈'로 '꼬리 자르기' 지적도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 입건 경찰 3명 중 수사관만 송치 결론
'서울청 거짓 보고' 드러났지만 서초서장·과장 등 감찰 진행키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진 박종홍 기자 =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지난해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137일 만에 진상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부당한 외압이나 청탁 없이 핵심 증거를 못 본 체한 담당 수사관의 '단독 일탈'로 결론 났으나, 관할 경찰서의 상급기관 거짓 보고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합동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사에서 지난 1월 출범 이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A경사 및 형사팀장·과장, 이 전 차관, 택시기사 B씨 등 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휴대전화 12대, PC 17대, 서초경찰서 CCTV 등을 포렌식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통화내역도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입건된 서초경찰서 경찰관 3명 중에서는 A경사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가 결정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이 A경사의 보고 누락 등 단독 일탈이란 결론에 따른 것이다.

A경사는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11일 오전 9시쯤 이 전 차관의 폭행행위가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으나, 압수 또는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경사가 있던 사무실에는 다른 팀원들도 있었으나, 이들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블랙박스 영상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A경사는 상부에 블랙박스 영상에 관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해 12월19일 사건이 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진상파악 과정에서도 열람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2021.6.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A경사의 책임에 방점이 찍혔지만, 서초서는 이 전 차관이 사건 당시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임을 인지하고도 최초 언론보도일인 12월19일 상급기관인 서울청에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거짓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서장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11월9일 오전 8시30분쯤 생안계장으로부터 이 전 차장이 유력인사임을 보고 받았다. 형사과장은 같은 날 오전 7시51분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고, 이후 A경사에게 이를 전달했다. A경사는 이후 팀장에게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시점인 11월6일부터 내사종결 시점인 11월16일까지는 사건 내용을 서울청 수사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 관계자는 이날 "서초동 변호사와 관련해 사건이 워낙 많아서 보고를 못했다고 (서초서 조사 대상자들이) 진술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에 대한 정식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실무자 간 공유는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서 생안과 C경위가 11월9일 내부 메신저를 통해 서울청 생안계 직원에게 수사 내용을 전했으나, 이 서울청 직원은 3차례에 걸쳐 C경위에게 진행 경과를 파악했으나 상부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같은 날 C경위로부터 통보를 받은 서초서 정보과 직원도 소속 계장에게 이를 보고했으나, 계장은 중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부 보고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청이 시내 일선서를 지휘하는 상급기관인 만큼 실무자 간 정보 공유를 '정식 보고'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서울청은 실무선 공유는 '참고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서초서 형사과에서 서울청 수사부에 보고되는 게 보고"라며 "생안·정보는 처리부서(수사부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고가 되려면 보고서가 작성돼야 하는데 전혀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처리부서가 아닌 부서 실무자 간 이야기한 걸 상급기관 보고로 봐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초경찰서 전경. 2021.1.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진상조사단은 부당한 외압이나 청탁이 작용한 점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자들의 지난해 11월6일~12월31일 수·발신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 통화 시점 및 지위 등을 고려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는 통화 상대방 57명을 선별해 확인한 결과다.

서초서장, 형사과장, A경사의 통화내역 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일부가 삭제된 것을 확인됐으나 의도적 삭제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팀장은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특이사항을 찾지 못했다.

진상조사단은 형사과장과 팀장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불명확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서초서 서장과 형사과장, 팀장에 대해서는 보고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감찰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진상조사단 수사 결과가 A경사의 단독 일탈로 결론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인사임을 인지하고도 상부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서초서의 상급기관 거짓 보고가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즉각적인 징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진상조사단은 법무부 등 주요 기관이 당시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로 인해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에서 최종 제외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경우 청와대는 폭행 사건을 알면서도 그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조사 대상 91명과 선별된 통화 상대방 57명 가운데 청와대나 법무부 등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참고인 지위라 소속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꼬리 자르기는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직원들이 잘못한 부분, 개인 문제일수도 있지만 제도적 문제일수도 있고 기관으로 보면 상급기관이 당연히 책임을 같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돼 송치를 결정했다. 증거인멸 가담 혐의를 받은 택시기사도 송치하되, 사건의 피해자이고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 등 참작사유를 부기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첩받았고, 진상조사를 담당하는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했다.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