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짜리' 라이더 콜, 현실은 20분…경사로 못읽는 AI가 웬수
[라이더 전성시대]①배달플랫폼 '로그인 노동자' 극한체험기
'시간=돈' 무단횡단 불가피…5시간 달려서 3만3100원 수입
- 서혜림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플랫폼 노동 중 '라이더'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10일과 12일 이틀동안 '배달의민족 커넥트' 파트타임 라이더로 일해봤다.
벌이부터 말하자면 도보로는 3시간30분 동안 총 5건으로 1만6600원을, 자전거로는 1시간40분동안 4건을 배달해 총 1만6500원을 벌었다. 총 3만3100원이다. 운동 효과도 있었다. 도보 배달은 1만6033보로 12.44㎞를 걸어 3시간여만에 1290㎉를 소모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배달 배정된 후 도착지까지 가야 하는 시간이 현실에서의 최단시간보다 항상 더 짧았다. 그러다보니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서야 제 때 도착할 수 없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교통사고 등 위험한 상황에서 라이더를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는 없었다. 자유로움은 있어도 보호막은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서 쓰고 온라인 교육 들으면 라이더 등록 완료…헬멧 필수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대 신촌, 홍대, 망원역 인근에서 커넥터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첫날에는 도보로, 둘째날에는 자전거로 아르바이트를 각각 2~3시간정도 체험했다.
배달 대행 서비스 노동인 '라이더'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에서 계약서를 작성해 시작할 수 있다. 그 중 배달의민족 라이더를 지원했다. 계약서를 쓴 후 배달방법과 주의점 등을 알려주는 온라인 동영상 교육을 며칠 듣고 나면 라이더가 된다. 라이더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할 수 있다.
라이더는 도보, 자전거, 전기자전거(킥보드 포함), 자동차 등 다양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고 각 수단에 따른 예상최단시간에 맞춰서 아르바이트가 배정된다. 라이더 앱을 켜고 로그인을 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콜이 울린다. 헬멧과 보온 가방은 필수라 없을 경우 업체에서 3만원 내외로 구입해야 한다.
앱에는 자신이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가까운 음식점과 배달지역 위치, 배달 완료해야하는 시각, 배달료 등이 뜨는 '콜'이 오게 된다. 만약 할 만한 거리라고 생각이 된다면 승낙버튼을 누르고 바로 일감을 배당받는다.
◇첫날, 도보로 1만6600원 벌기…산꼭대기 아파트도 15분 안에 가라는 잔인한 콜
라이더 첫날, 도보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첫 콜은 신촌에 있는 타코집이었다. 10분 내로 100m 인근 주택으로 배달해달라는 콜이었다. 첫 콜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원짜리 타코세트를 배민 가방에 담아 연립주택으로 뛰어갔다. 1층에서 평소 주말의 나와 같은 잠옷차림의 여성이 나와 타코를 받아갔다. 정시 도착. 그렇게 15분만에 3200원을 벌었다.
다음 콜은 산꼭대기 아파트였다. 콜에 나온 평면지도에는 높이가 아닌 너비만 표시되어 있었다. 산꼭대기인 줄은 콜을 받고 달려가다 중간쯤 알게 됐다.
"앱은 평면인데 앱은 산을 타네…"
그때쯤 배달시간의 미스터리를 알게됐다. 라이더 앱에서 10분 안에 배달을 해야한다면 네이버 지도로 최단거리를 계산해보면 항상 2배가 걸렸다. 그러니까 배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2배 빠른 걸음으로 항상 걸어야 했던 것이다.
가까스로 등이 모두 젖을 정도로 달려가 배달을 끝냈지만 4분이나 늦어버리고 말았다. 아파트에서 배달음식을 놓고 나올 무렵 다리가 후들거렸다. '배달완료'를 누르니 곧바로 다음 콜이 오고 있었다.
이날은 온라인으로 장을 본 마트 물품을 배달하기도, 할랄 음식을 배달하기도 하면서 3시간30분동안 총 5곳에 배달해 1만6600원을 벌었다. 도보로 거리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자전거를 타야 한다.'
◇둘째 날, 자전거로 1만6500원 벌기…횡단보도 신호 야속하기도
둘째 날은 자전거로 배달을 해보기로 했다. 라이더가 적힌 헬멧을 쓰고 비슷한 점심시간대, 망원역과 홍대 인근에서 자전거로 이동했다.
첫 콜은 오전 11시48분이었다. 홍대 유명한 분식집에서 덮밥류 4만3000원을 500m 거리의 사무실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500m정도 되는 거리를 6분 만에 도착해 배달에 성공했다.
이날은 홍대 부근에 있는 유명한 맛집 위주로 배달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배달이 되지 않는 집이었지만 라이더를 통해 고객도 음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할랄 음식, 맛집으로 소문난 김치찌개 등 1시간30분 동안 총 4건을 배달해 1만6500원을 벌었다.
고객들은 대부분 비대면을 원했다. 고객요청사항엔 '문 앞에 놓고 연락주세요' '문 앞에 두고 문자 주시고 가셔도 됩니다'라고 대부분 적혀 있었다. 편하기는 했지만 사람 얼굴이 가끔 궁금해지기도 했다.
전날엔 자전거를 타면 만사해결일 줄 알았는데 역시 노동은 노동이었다. 앱은 도보라면 10분내로 가야 할 거리를 5분으로 안내했다.
자전거 패달을 부리나케 밟아도 도착예정시간보다 1~2분 늦을 때도 있었다. 중간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미칠 듯 가벼운 이 소속감…효율성 극대화한 AI 배차구조 '비인간적'
라이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가벼운 소속감'이었다. 회사 안에서 교육을 받고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앱 하나로 고객과 연결이 되니 편했다. 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감을 배당받아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했다. '가벼운 소속감'은 동시에 '위험한 노동조건'을 의미했다. 특히 AI로 계산해 나오는 배차시간은 중간에 산이 있는 경우, 주차가 금지된 아파트,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는 곳 등을 계산하지 못하고 직선거리로만 최단시간을 계산했다. 이에 따라 배달부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을 하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거나 도보로 달리는 등 허겁지겁 달릴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신입 교육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돼 간편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어날 사고나 노하우 등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안전사고가 날 경우 대응하기 어려워보였다. 상사나 동료가 없어 가벼운 소속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동시에 노동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유할 사람은 없었다.
취재를 하며 파트타임 라이더에서 느꼈던 고충이 일반 라이더와도 비슷하게 적용되는지 라이더 노조 측에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영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장은 "라이더에 대한 안전이 AI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픽업하고 고객집에 전달할 때 어린이위험구역도 있고 지역 특성도 있어 (해당 특성을 고려해) 운행시간이 늘어나야 할 것 같은데 이런 데이터 적용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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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업이 아이러니하게 전성시대를 맞았다. 올해 배달 거래액은 3분기 만에 1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배달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배달기사 처우 문제, 식당들의 수수료 및 광고비 부담, 일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 등 다양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기자가 직접 배달을 체험해보고 배달업체·배달기사·식당·소비자 등을 다각도로 취재해 라이더 전성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