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북 커뮤니티에 '박사방 영상' 버젓…2차피해 우려

도용추정 계정 이용 '풀영상 카톡 문의' 등 광고영상
당국 SNS 2차피해 수사와 삭제 등 신속 조치 필요

페이스북 등에 공유되고 있는 성착취물 추정 실시간 영상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7일 낮 1시10분쯤 4만1000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한 비공개 커뮤니티에 영상을 무료로 공유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개한 실시간 영상을 '공유하기' 기능으로 가져온 것인데, 해당 영상은 커뮤니티 성격과는 무관한 한 여성의 나체 모습과 카카오톡 ID가 게시됐다.

중요 부위를 자막으로 가린 여성을 담은 영상은 30초 분량으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 가운데는 검은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풀영상은 카카오톡 문의', '문의 주시면 모자이크 없는 영상 시청 가능' 등의 자막이 적혀 있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암시하는 '박사장'이라는 문구도 영상 위에 워터마크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여성이 반복해서 말하는 내용과 박사장이라는 단어 등을 보면 영상 속 여성은 박사방에서 성착취를 당했던 피해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유포되던 성착취 영상이 페이스북 같은 일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까지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영상은 박사방 성착취 영상의 편집본으로 보이지만 실제 피해 여성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박사방 성착취 영상의 거래를 위한 것이라면 영상을 올린 이를 추적해 검거해야 한다.

이날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은 회원들의 지탄 속에 10여분 만에 삭제됐고, 영상을 공유한 계정은 제명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40분쯤 또 다른 계정이 같은 영상을 공유하는 등 영상은 이날 오후 7시까지 계정을 바꿔 반복해서 올라왔다.

이들 페이스북 계정을 쫓아 확인해 보니 페이스북 담벼락과 커뮤니티 상에 이날에만 5차례나 영상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착취 피해 영상 업로드에 사용된 페이스북 계정은 해킹 등으로 도용된 것으로 보였다. 이 영상을 2회 이상 공유한 계정은 2018년 8월 이후 활동이 없었다가 이날 피해 영상을 올리며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계정 이용자에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SNS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2차 피해 상황을 주시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IP 추적과 접속 기록 등을 토대로 FBI, HSI(미국 국토안보국), 페이스북 등의 협조를 받아 영상 재공유 일당을 검거하겠다는 의지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 성착취물을 삭제하기 위한 조치도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4월8일 오후 'n번방'과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수사 중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민갑룡 경찰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이와 별도로 SNS에선 n번방 출입 의심 남성과 관련한 폭로도 이어지면서 또다른 2차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유포된 'n번방·박사방 유료회원 리스트' PDF 파일 때문이다.

이 정보는 자신들을 '자경단'이라고 설명하는 텔레그램 '주홍글씨', '중앙정보부' 등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공유된 자료 등을 모아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부 남성은 성착취물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고, 이들은 파일을 유포한 계정 등을 모욕죄·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다.

특수본 관계자는 유료회원 추정 PDF 리스트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성착취물 채팅방) 회원들을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가담자 전원을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