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노동자' 추락사망 뒤 바뀐 산재 지침…당사자는 혜택 못받아

복지공단 3월 '불법체류자 단속 중 사고처리 가이드라인' 발표
탄저테이측 4월 산재 재신청했으나 불승인…행정소송 진행중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 1월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김씨의 분향소에서 미얀마 노동자 고 딴탄테이의 아버지 깜칫을 만나 김씨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19.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단속반을 피해 추락사한 미얀마 노동자 탄저테이 사건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불법체류자 도주 중 사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정작 탄저테이측은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저테이측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탄저테이의 변호인측은 11일 뉴스1에 "정작 탄저테이측이 근로복지공단 가이드라인이 바뀐 뒤 사고보상 신청을 다시 했더니 불승인이 났다"고 밝혔다.

미등록 체류자였던 탄저테이는 지난해 8월 법무부 단속반이 식당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7.5m 높이에서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져 보름만에 사망했다. 이를 두고 무리한 단속·추방이었다며 법무부에 다수의 시민단체가 진상규명을 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직권조사를 진행했고 출입국 단속반원들에게 법률 위반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인권위는 유관기관에 관련제도 정비를 권고했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조도 요청했다.

탄저테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불거졌고, 근로복지공단(공단)은 지난 3월12일 외국인 노동자의 도주 중 재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라는 취지의 '불법체류자 단속 피신 중 발생한 사고의 업무처리요령'(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단 측은 △사업주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임을 인지한 상태였고 △단속 시 적극적인 도주 지시로 사고가 발생했고 △업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했을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공단 관계자는 탄저테이의 사망 사건이 인권위 조사와 인권단체시위로 지난 1월 집중 조명되면서 그동안 준비하던 가이드라인에 좀 더 속도를 내 3월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던 시점에 공단에서 처리 중인 사건과 이의제기 건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탄저테이 역시 불복소송 중이었기 때문에 적용이 가능한 상태였다.

앞서 탄저테이 측은 지난해 10월 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으나 올해 1월 공단에서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탄저테이 변호인은 이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던 중에 공단의 가이드라인이 3월에 나오자 탄저테이 변호인은 4월에 다시 산재를 신청했으나 어김없이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공단은 사업주가 적극 도주를 지시했는지 등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 탄저테이에 산재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테이측 변호인은 "공단에서 말하는 3가지 요건도 사업주가 다 모른다고 부정하면 산재처리 불승인이 난다"며 "오로지 공단에서는 (산재 심사과정에서) 사업주 지시만 고려하고 있다"며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변호인은 "사건지침(가이드라인)을 산재적용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엄격히 해석한 것은 인권위의 권고와 인권단체의 노력을 간과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탄저테이의 경우 (가이드라인의) 요건들을 충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사업주가 오리발을 내밀고 다른 동료 진술에서도 확인이 안되면 우리도 산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 신청 시) 사업주가 지나치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내국인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도 "탄저테이와 같은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와 상급 관리자가 아마 외국인이라서 진술 확보에 더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8월 탄저테이는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재 탄저테이의 아버지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suhhyerim77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