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대장 빈소찾은 산악인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개척"(종합)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목숨도 버릴 사람"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새로운 등반루트 '코리안웨이' 개척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김창호 대장(49), 임일진 촬영감독(49),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54)의 빈소에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17일 세 명의 빈소가 마련된 강남구 반포동 서울성모장례식장에는 하루 종일 고인들을 추모하는 산악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산악인들은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소속 김창호 대장(서울시립대 졸), 유영직 대원(장비·한국산악회), 이재훈 대원(식량 의료·부경대 졸), 임일진 다큐영화 감독(서울외대 졸),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등 5명이다. 원정대를 지원하던 현지인 4명도 유명을 달리했다.
김 대장의 영정사진 옆에는 대한산악연맹과 장기범 한국산악회장, 김 대장을 후원한 LS 구자열 회장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빈소 밖에는 서울시립대 동기모임, 영주중앙고등학교 동기회, 엄홍길휴먼재단 등 산악인들이 보낸 조화가 들어섰다.
이날 오후 빈소를 방문한 산악인 김홍빈 대장(54)은 "제가 가고싶은 길을 김 대장이 가다보니 다른 후배들보다 훨씬 더 관심을 갖고 응원을 했다"며 "사고 소식을 후배를 통해 들었을 때 베이스캠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심하면 다친 정도가 아니겠냐고 생각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이기도 한 김 대장은 "(김창호 대장은) 장애인인 내가 등반하는 것을 많이 도와줬다"며 "불확실하고 험난한 고산지대에서도 가장 앞장서서 길을 내는 사람"이라고 그를 기억했다.
이어 "이제 김 대장 같은 후배가 곁에 없다는 것이 서글프고, 아직도 (사고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많이 뜷었기 때문에 이제는 후배들이 나와서 그 길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장의 빈소를 찾은 오랜 친구들도 그의 순수한 성품과 강한 정신력을 되새기며 추모했다.
김 대장의 대학 동문이자, 전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이기도 했던 염제상씨(49)는 "제가 보는 김창호는 산이 좋아서 간 게 아닌, '김창호 자체가 산'"이라며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며 애통해했다.
거벽등반가 김세준씨(49)는 "김 대장은 굉장히 학구파였고 괴짜"라며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돌아 다니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을 만큼 정신력이 굉장히 강하고, 눈만 뜨면 히말라야를 생각하고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생전에 고인과 인연을 맺은 이재오 자유한국당 고문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2014년 유라시아대륙 자건거탐사 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860㎞를 8박9일에 걸쳐 김 대장과 함께 자전거로 달리며 인연을 맺었다. 김 대장은 당시 자전거탐사단장이었다.
낮 12시5분께 도착한 이 고문은 "서울에 와서 전화만 가끔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다 못 봤는데 비보를 듣고 찾아왔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미루지 말고 다시 만나서 자건거를 같이 타는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대장 빈소 맞은편에는 임일진 감독의 빈소가 마련됐다. 그는 영화 '벽'으로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 트렌토국제산악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영화 '벽'의 주인공인 등반가 전양준씨(49)는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호했고 그 모습을 임 감독이 담았다"며 "최근에 히말라야 영화도 찍고 감독상도 받아 이제 좀 꽃을 피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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