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와 연계한 오토프로그램 공급 일당 적발

(서울=뉴스1) 이윤상 기자 = 북한의 명문대 출신 컴퓨터 전문가들과 연계해 국내 온라인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고 오토프로그램(게임자동실행프로그램)을 제작해 국내외 게임 아이템 수집·판매 업자에게 공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북한 해커들이 국내 범죄조직과 협력해 외화벌이를 위해 해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모씨(40)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정모씨(3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모(37)씨 등 9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김모(38)씨 등 2명은 지명수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흥룡강성 목단강 지역과 요녕성 단동 지역에서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명과 함께 자동으로 게임을 실행시켜 아이템을 모을 수 있는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중국과 한국의 온라인게임 아이템 수집·판매 업자인 일명 '작업장'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은 오토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대가로 매달 2만여원의 사용료를 작업장별로 받았으며 이 중 55%를 북한 해커들에게 제공했다.

 경찰은 이들이 오토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거나 자신들이 운영하는 '작업장'에서 만든 게임 아이템을 팔아 적어도 64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6억여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범행에 가담한 북한 해커들은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산하 '릉라도정보센터'와 북한의 내각 직속산하 기업인 '조선콤퓨터쎈터(KCC)'에 근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는 표면상으로 무역회사로 알려져 있으나 북한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조성해 공급해온 39호실의 산하 기관"이라며 "북한 당국이 컴퓨터 전문가를 대거 동원해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며 무역회사를 가장해 외화벌이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족인 이씨 등은 중국 현지에 있는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조선콤퓨터쎈터 직원들과 협의해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최종 확인까지 받아 북한 해커들을 영입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북한 해커들은 이씨로부터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5개월 동안 중국에 체류했다. 이 기간동안 '리니지팀'과 '던파팀', '메이플팀' 등 유명 온라임 게임별로 팀을 꾸려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 정길환 팀장은 "북한 개발자들이 오토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평상시에는 외화벌이를 하지만 유사시에는 디도스 등 악성코드용 파일을 삽입해 국내 작업장 컴퓨터를 '좀비PC'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대남 사이버테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수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인터폴, 중국 공안과 공조해 중국에 체류중인 김씨 등 2명의 신병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ys2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