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강간약' 팔아요…마약이 여성흥분제 둔갑

12억대 유통조직 적발…12㎖ 1병에 32만원, 이메일 등으로 광고

압수물. /뉴스1 DB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데이트 강간약'이라 통하는 마약(GHB, Gamma-Hydroxy Butrate)과 비아그라, 최음제 등을 인터넷으로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국내총책 김모씨(41)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유통책 박모씨(41)와 구매자 윤모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마약 공급책 김모씨(44)와 판매책 A씨의 뒤를 쫓고 있다.

김씨와 박씨는 2015년 3월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GHB 마약과 비아그라, 최음제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이메일 등으로 보내 이를 보고 구입한 약 800명으로부터 총 12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총책 김씨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원료를 작은병에 나눠 담은 뒤 포장해 국내에 유통하는 모든 작업을 지휘했다. 중국에서 원료(액체)를 받을 때는 무인 택배함을 이용했고, 이를 12㎖ 병에 담아 32만원에 팔았다.

한 병을 구매하면 음료와 술 등에 2~3방울씩 타 약 10회 정도 사용이 가능한 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경찰의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을 때 대포통장을 이용했다. 특히 구매자에게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금하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사망자 명의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총책 김씨와 친구 사이인 유통책 박씨는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통장을 제공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들에게 마약을 구매한 이들은 주로 30·40대 남성 회사원들로서, 주로 이메일과 SNS를 통해 받아본 광고를 보고 구입했다.

경찰은 인터넷에서 마약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 폐쇄회로(CC)TV와 지문감식을 통해 김씨를 확인했다.

김씨의 집 개인금고 속에는 마약 등을 팔아 번 5만원권 120매(600만원)가 들어 있었고, 김씨의 차 안에서는 GHB 마약 원액이 담긴 병과 최음제, 비아그라들이 다량 발견됐다.

달아난 마약 공급책 김씨는 총책 김씨의 친형으로 중국에 거주하며 동생에게 원료를 공급했다. A씨는 물건을 광고하고 고객들의 주문을 받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시중에 유통되는 여성흥분제에는 대부분 GHB 마약 성분이 검출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매자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데이트 강간약으로 통하는 만큼 구매자들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