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타난 '유령'…"집회시위 자유 촉구" 홀로그램 집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 개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유령집회를 하고 있다. 이 홀로그램 집회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시도된 이후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열리는 홀로그램 집회다. 경찰은 이번 홀로그램 집회에 대해 스크린 속 참가자가 구호 제창 등 집단 의사를 표시하는 등 집회·시위 형식을 보이면 이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6.2.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윤다정 이주성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유령집회'가 열렸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4일 저녁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를 향한 시민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를 개최했다.

'유령집회'는 실제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홀로그램 영상을 띄워 마치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스페인에서 당국이 공공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새 법을 통과시키자 항의하는 차원에서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시위를 시도한 바 있다.

한국지부 역시 지난달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교통방해'를 이유로 거부당하자, 이같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한 '유령집회'를 열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시민 120여명이 참여해 만든 '유령집회' 영상에는 참가자들이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등장해 실제 집회와 같이 대열을 이루며 구호를 외치고 행진했다. 영상은 10분 길이로 같은 내용의 영상을 3차례 반복해 스크린에 상영됐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앰네스티는 2008년부터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 왔고, 해가 갈수록 집회시위의 자유가 후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특히 지난해 세월호 1주기 시위 이후 지나치게 제한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자리에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제대로 사과조치 받지 못한 농민 백남기씨 때문"이라며 "경찰은 집회가 불법이고 폭력적이란 말 외에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유령집회를 시작으로 앰네스티는 집회시위에서의 경찰력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올해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자 한다"며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농민 백씨에 대해서도 경찰에 청문감사를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 3개 중대 240여명의 경력을 광화문광장 인근에 배치했다.

hm3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