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신고하겠다" 4000만원 가로챈 아줌마
인출책으로 포섭된 뒤 수고비, 피해금액 등 챙겨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 최모(58·여)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최씨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은행직원을 사칭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일정한 돈을 계좌에 넣어 줄테니 이 돈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꼬드겼다.
조직원의 말에 따라 다음날 아침 약속된 장소로 통장과 신분증, 도장 등을 챙겨 나간 최씨에게 조직원은 "잠시 후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돈을 찾아 나에게 주면 된다. 모든 것을 마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같은날 오후 1시쯤 최씨는 자신의 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5000만원이 입금되자 은행으로 가 2000만원만을 출금하고 나머지 3000만원은 자신의 다른 계좌로 옮겼다.
최씨는 조직원에게 "은행창구에 현금이 모자라 2000만원만을 출금했다. 나머지는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했으니 그 돈을 찾으러 가자"고 속였고 이후 조직원과 함께 택시를 타고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과정에서 조직원이 혹시나 최씨가 돈을 주지 않을까 "인근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깔려 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머지 돈을 달라"고 하며 500만원의 수고비를 건넸다.
그러자 최씨는 오히려 "돈을 더 내놔라. 경찰에 신고하거나 3000만원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조직원의 가방 안에 들어있던 500만원을 추가로 빼앗았다.
최씨는 이후에도 나머지 3000만원을 찾아 주겠다며 조직원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택시를 갈아타며 인근 은행을 전전하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은행 앞에 멈춰섰다.
그는 "돈을 찾아온 뒤에 술 한 잔 하자"며 회유하는 조직원을 안심시킨 뒤 마치 돈을 찾아올 것처럼 행동하다 도망쳤다.
7시간 가까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농락한 최씨는 조직원과 최씨 사이의 대화를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가 붙잡힌 것을 모르는 조직원은 이후 최씨에게 "나머지 3000만원 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애걸복걸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약속장소에 나갔다고 진술하지만 과거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일한 경험이 있고 교묘한 범죄수법으로 보아 처음부터 돈을 빼돌릴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창기 보이스피싱 조직은 별도의 국내 총책이 중국인 등을 포섭해 인출책으로 가담시켰으나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이 날로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인출책 등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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