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대악에 '올인'…강력반 형사는 어디에?

1~11월 가용경력 총동원 집중단속…눈에 띄는 성과 거둬
정권 눈치보는 수뇌부, 일선 경찰 "실적요구" 불만 증가
각종 평가항목으로 순위매겨 "본연의 업무 소홀" 부작용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지휘관들. 4대 사회악 근절을 비롯해 그동안 펼쳐온 치안활동을 전반적으로 되짚어 보기 위해 모였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3년 경찰의 최대 화두는 '4대 사회악 척결'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약속하면서 대대적인 단속령이 떨어졌다.

경찰은 4대 사회악 전담기구(TF)까지 가동하며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정부기조에 맞춰 나갔다. 그리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올 한 해를 달군 경찰의 '4대 사회악 척결'을 되짚어 본다.

◇성폭력…올 한 해 2만4000명 검거, 33.8% 증가

경찰은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해 지난 2월 16개 지방경찰청에 총인원 200여명 규모의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설치하고 관련범죄를 전담케 했다.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장기적으로 소재파악이 되지 않은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한다.

각 지방청 여성청소년계에 수사·여성청소년 분야 경력자를 최대 26명에서 최소 10명씩 배치해 24시간 상시가동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안심구역·안심귀갓길·안심귀가서비스 등 밤길 여성 안심귀가 대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여중·여고·여대 등 야간에 귀가하는 여학생들이나 병원·공단 등 여성종사자가 많은 업체 중 교대근무로 인해 심야귀가가 잦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귀갓길을 지원했다.

방문판매원, 렌탈업체, 검침원 등 가정방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같이 업무특성상 일상근무에서도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아파트 부녀회 등 전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예방교실도 확대했다.

지난 8월23일부터 10월18일까지는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 일제점검기간'을 운영해 재범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다.

부처간 '등록정보 연계·조회시스템' 구축 등 시스템을 개선하고 일제점검을 벌여 성범죄자 145명을 형사입건하고 신상정보 변경 826건, 수배자 14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성폭력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원스톱지원센터도 22개에서 25개로 늘렸고 피해자 조사에 참여하는 진술·분석전문가·속기사 등 전문 인력풀을 정비해 운영 내실화를 기했다.

그 결과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간 성폭력 범죄자 검거건수는 2만41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058건보다 33.8% 증가했다.

미검률은 지난해 14.1%이던 것이 8.6%로 줄었고 재범률도 8%에서 6.3%로 감소했다.

◇학교폭력…전담인력 늘리고 내실화 시도, 범죄 27.9% 줄어

2011년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사회적 이슈로 부각한 학교폭력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학교폭력을 척결해야 할 핵심 범죄로 지목하면서 단속이 더욱 강화됐다.

경찰은 올해 514명이던 학교전담경찰관을 681명으로 늘리고 워크숍 개최, 자격증 취득 지원, 전문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전문성 제고를 통한 학교전담경찰관 운영 내실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폭력신고전화 117도 활성화해 지난달만 총 7만8689건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이 진행됐고 이중 4322건을 재상담하거나 전담경찰관과 연계했다.

학교폭력을 주로 담당하는 지방청 여성청소년계는 생활안전과 소속 경정급 계단위로 운영돼 왔지만 지난달 직제 개편으로 총경급 과단위로 격상됐다.

101개 주요 경찰서에 설치돼 있는 여성청소년과를 179개서로 확대하고 나머지 경찰서에는 여성청소년계를 신설해 규모를 확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2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2개월 간 '표준 선도프로그램' 시범운영을 30개서에서 실시해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비행청소년을 선도하고 전국으로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 강화로 학교폭력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1만62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481명보다 27.9%가량 줄었다.

학교폭력 피해경험률은 1.9%로 올해 목표치 8.6%를 초과 달성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가정폭력…사법처리 건수 1만5000건, 93.3% 증가

올해부터 경찰은 상습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임시조치 위반자에 대해서는 유치장 유치 신청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대응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70건이던 구속 사례는 지난달 255건으로 늘었고 법원의 허가 없이도 피의자를 격리할 수 있는 임시조치도 역시 같은 기간 518건에서 3552건으로 폭증했다.

이에 따른 사법처리 건수도 8101건에서 1만5665건으로 93.3% 증가했다.

올해 4월부터는 보호시설 연계 766%, 의료기관 연계 1129%, 긴급임시조치 756%, 임시조치 신청 586% 등 보호조치 건수가 각각 급증해 이미 전년도 전체 보호조치 건수를 넘어섰다.

지난 8월부터는 112신고통합시스템과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피해자 정보와 위치가 현출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며 가정폭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전담경찰관 배치 추진 등 피해자 맞춤형 보호·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27일부터 8월26일까지 전담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해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내년 배치인력 138명도 이미 확보했다.

또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적극적인 현장대응과 신고의무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불량식품…제조·유통사범 4300명 검거, 영세상인 단속해 논란도

경찰은 불량식품 제조·유통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 4374명(총 2188건)을 검거해 이중 133명을 구속했고 단속과정에서 불량식품 1627톤 상당을 압수했다.

정책 초기에는 100일 단속으로 시작했다가 집중단속 종료 후에는 상시단속체제로 전환해 거둔 성과다.

경찰은 식약처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범정부 합동단속 추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조 등 유관기관과 유기적 협업체계 구축을 시도했다.

불량식품 단속과정에서는 영세상인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기준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학교주변 소규모 상점, 구멍가게 등에 들이닥쳐 실적위주의 단속을 벌이다 결국 월 매출 500만원 이상의 도매급 업자 위주로 단속하고 그 이하는 단속에서 제외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4대 사회악 '올인'…"살인범 잡는 강력반 형사는 어디로 갔나?"

경찰은 올 한 해 동안 '4대악 척결'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용경찰력을 총동원해 4대악 척결에 매달렸으니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정권 입맛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실적위주의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는 A 경사는 "4대악 척결을 하라고 한 뒤 지방청별, 서별로 매주 실적순위를 매겨 압박하고 있다"며 "우리는 원래 비리공무원, 토착비리를 기획수사하는 부서인데 불량식품까지 떠 맡게 돼 본연의 업무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방청별로 '4대 사회악 성과지표' 같은 평가항목을 만들어 일선 경찰관서를 상대로 순위를 매기는 등 직·간접적으로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4대악 척결'이 경찰 고위층의 승진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대학을 예를 들어보자. 이금형 부산지방경찰청장이 학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인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4대 사회악 관련 보도자료가 경찰대학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청람장학회'의 기부소식이나 신입생 경쟁률 같은 지표나 간간이 들어오던 곳이다.

4대 사회악을 척결해야 한다며 광화문광장에 전·의경홍보단 40여명을 동원해 '4대 사회악 OUT 콘서트'를 여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콘서트에서는 이금형 학장도 나와 싸이의 '젠틀맨'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 치안정감 승진내정자 신분이었다.

경찰은 민생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정권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지양하는 대신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찰 수뇌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말단 직원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성과주의'로 유명했던 조현오 경찰청장 재임 시절 강력반 형사들은 살인범을 잡는 대신 '이마트'를 택했다.

"살인범 하나 잡아서 뭐하나? 이마트 상황실에 죽치고 있다가 절도범 잡아 여죄 100건 캐야지."

lenn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