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아파트에 헬기 충돌, 2명 사망(종합3보)
LG전자 민간헬기, 임원 태우러 잠실 가던 중
"짙은 안개로 항로 이탈한 듯" 원인규명 주력
아이파크 사고현장 '아수라장'…주민 30여명 대피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기 기장 박인규씨(57), 부기장 고종진씨(36) 등 2명이 사망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 헬기가 안개 속에 지정된 항로를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충돌 전 헬기가 이미 파손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곧바로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고 서울지방항공청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LG전자 민간헬기, 임원 태우러 가던 중 사고
사고 헬기는 2007년 제작한 S-76C 기종, 6인용으로 오전 8시46분께 김포공항에서 정상적으로 이륙 허가를 받고 비행에 나섰다.
이날 비행은 잠실 선착장에서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는 것으로 계획됐었다.
헬기는 이륙 8분 만인 8시54분께 38층 건물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3~24층에 부딪쳐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은 현장에서 숨지고 고 부기장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헬기가 소속된 LG전자는 안개 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김포에서 잠실까지 헬기를 이동하게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LG전자는 "출발 2시간 전 쯤 박 기장이 기상조건을 이유로 잠실 경유 보다는 김포에서 출발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며 "이후 기상상황을 보면서 선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짙은 안개로 항로 이탈한 듯" 원인규명 주력
헬기가 지정된 항로를 이탈해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16일 오후 1시30분 열린 브리핑에서 "원래는 한강변을 따라 비행하도록 돼 있다"며 "사고 헬기가 잠실헬기장 부근에서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전 서울 도심에 짙은 안개가 끼어 시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서울지방항공청 등은 블랙박스를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인근 홍실아파트 4동 관리인 왕모씨(66)는 "아파트 건물 반이 안 보일 정도로 사고 당시 운무가 심했다"고 증언했다.
일각에서는 충돌 전 헬기가 이미 파손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맞은편 101동에 거주하는 이모씨(60·여)는 "날개인지 꼬리인지 어떤 부분인지는 못 봤는데 이미 충돌 전에 파손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기장이 평소 기상이 안 좋으면 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친구 김종찬씨(57)의 증언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사고 현장 '아수라장'…주민 30여명 대피
이날 사고 현장은 잔해를 수습하는 소방당국 등과 사고 현장을 취재하려는 국내외 취재진들이 뒤섞이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과학수사계 감식요원 11명을 투입해 현장을 보존하고 채증 작업을 벌이고 헬기 인양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3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통제하고 주변 도로의 교통관리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오늘같이 (안개가 많이 낀) 기상 상황에서는 헬기가 뜨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가 '아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다"며 "서울시에는 고층 대형 건물이 많아 이번 사고가 더욱 아찔하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사고로 피해를 입어 인근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헬기 충돌로 삼성동 아이파크 아프트 21~27층 외벽 일부가 무너졌다. 강남구청은 인근 호텔 2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민 32명을 대피시켰다.
일부 주민은 갑작스러운 충돌음에 놀라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파트 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더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헬기가 충돌한 102동에 거주 중인 길민규(27)씨는 집에 있다가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소리였다"고 전했다.
맞은 편 101동 18층에 거주하는 박모씨(77·여)도 "천둥소리가 나서 뭔가 하고 내다봤다"며 "헬기에선 연기가 났고 파편을 날리면서 추락했다"고 말했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43·여)는 "아파트 한가운데 비행기가 와서 부딪히다니 뉴욕 9·11 테러처럼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한편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의 빈소는 각각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 30호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회사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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