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부 요구자, 실제 동물 보호자인지 확인…설명 내용 남겨야"
[동물법전]조민희 변호사의 법률 정보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그동안 수의사에게는 동물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진료기록을 제공해야 할 명확한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보호자가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수의사법 개정안이 향후 본회의를 통과하면 동물소유자 등이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진료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구할 경우 수의사나 동물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제공 대상에 현재의 진료기록뿐 아니라 추가기재·수정된 기록과 수정 전 원본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료 후 기록을 수정했다면 무엇을 언제, 어떠한 이유로 변경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앞으로는 진료기록을 단순히 병원 내부의 업무자료로 생각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인의(人醫) 분야에서 형성된 진료기록 관련 법리가 수의 분야에도 상당 부분 참고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의료인의 진료기록에 대해 계속적인 치료와 다른 의료인에 대한 정보 제공, 의료행위의 적정성 판단이 가능할 정도로 상세하게 작성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동물병원 역시 병명과 처방만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증상, 진단 근거, 치료 방법과 경과, 보호자에게 설명한 내용과 동의 여부까지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록의 사후 수정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오기나 누락을 발견해 적시에 수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보호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분쟁이 발생한 이후 기록을 보완하는 경우 오히려 기록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특히 수정 전 원본까지 열람 대상이 된 만큼 전자차트의 수정이력과 로그가 정상적으로 보존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쟁의 징후가 나타난 이후에는 가급적 기록을 더 이상 수정하지 않고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료기록 제공 절차도 사람 병원처럼 미리 정비해 둘 필요가 있다. 기록을 요구한 사람이 실제 동물소유자 또는 적법한 대리인인지 동물등록, 신분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제3자가 요청하는 경우 위임장과 신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를 받아야 한다. 제공을 거절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이유 역시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향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인 열람 절차와 공개 범위가 정해질 예정이므로 하위법령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진료 과정에서 동물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그 피해자가 사람인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수의사에게 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 재물손괴죄 역시 고의범만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단순한 진료상 과실만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통상의 진료행위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형사책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해서 진료기록 관리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료과실이나 손해배상 분쟁에서는 진료기록이 당시의 진료 경과와 처치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나아가 실제로 시행하지 않은 처치를 한 것처럼 기재하거나 이를 토대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등 고의적인 허위기재가 문제되는 경우 별도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개정으로 진료기록은 단순한 내부 자료가 아니라 언제든지 보호자가 확보해 진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동물병원에서는 상세하고 정확한 기록 작성, 수정이력과 원본의 보존, 적법한 기록 제공 절차의 마련을 기본적인 위험관리 체계로 갖출 필요가 있다. 평소 충실하게 작성된 진료기록이 분쟁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동물법전][해피펫]
글=조민희 법무법인 YK 변호사(대한수의사회 선관위원)·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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