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서 송편 열 개·전 한 장씩…명절 장보기도 '먹을 만큼만'

중장년층도 송편 소포장·과일 낱개로…차례상·가족 모임 줄어
고향 안 가는 청년도 전 한 장·송편…"명절 분위기는 내야"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의 한 떡집에 소포장된 송편이 놓여 있다. 2026.09.23 ⓒ 뉴스1 윤지오 기자

(서울=뉴스1) 윤지오 권준언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의 한 떡집. 흰색·분홍색·쑥색 송편 50여 개를 담은 용기 옆에 여섯 개, 열 개씩 소량 포장한 송편이 놓였다.

여섯 살 딸과 장을 보러 온 송 모 씨(40대·여)는 열 개들이 송편을 골랐다. 고기와 반찬도 먹을 만큼만 샀다는 송 씨는 "딸이 송편을 좋아해서, 추석에 차례는 안 지내는데 송편 맛이나 보려고 샀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에서도 명절 음식을 조금씩 사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낱개로 고르는 중장년층부터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송편과 전을 사러 온 청년까지, 저마다 먹을 만큼만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현시장에서 15년가량 떡집을 운영한 심 모 씨의 가게에서도 소포장 송편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 오색송편 열 개들이는 4500원, 45~50개가 든 1㎏짜리는 2만 원이다. 예전에는 추석이면 1㎏짜리가 가장 많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열 개들이와 판매량이 비슷해졌다고 한다.

심 씨는 "원래 대용량으로 사시던 50~60대 분들도 이제 작은 단위로 구매한다"며 "원래 여기저기 친지들 챙기던 분들도 요즘엔 자기 가족 먹을 것만 사 가신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추석 소비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21~22일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농식품 소비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포장·소용량 신선과일 구매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9.5%였다. 소포장 축산물도 33.3%가 구매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반면 상자 단위 대용량 과일 구매를 줄인다는 응답은 62.0%에 달했다.

같은 날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구 모 씨(60대·여)는 차례상에 올릴 사과 세 알과 배 한 알만 샀다. 친척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딸들의 가족만 모이면서 상차림도 줄였다.

구 씨는 "원래는 과일도 차례상에 다섯 개씩 쌓아서 올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작게작게 한다"며 "예전에는 온 가족 다 불러다가 했었는데 이제는 차례 지낸다고도 말 못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절에 차례를 지내려는 가구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1~26일 가구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는 응답은 27.3%로 지난해 40.4%보다 13.1%포인트 낮았다. 차례를 지내겠다는 응답자의 50.9%는 전통 예법에 맞춰 상차림을 간소화하겠다고 답했다.

망원시장에서 10년째 과일을 파는 김 모 씨(60대·남)도 낱개 구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상자째 사 갈 때는 주로 선물용인 경우"라며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젊은 손님들은 명절에도 먹을 과일 두세 개만 사 간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지 않아도 명절 음식을 찾는 청년들도 있었다. 남자친구와 망원시장을 찾은 이 모 씨(29·여)는 꽃게무침 조금과 송편, 녹두전 한 장을 샀다.

이 씨는 "이번 추석에는 본가에 가지 않지만 명절 음식이 생각나 나들이 겸 시장에 왔다"며 "그래도 송편이 있어야 일 년에 한 번 있는 명절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명절을 보내는 방식과 가구 구성의 변화가 소포장 소비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차례를 지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족 모임도 직계가족 위주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앞으로 1인 가구가 더욱 보편화될수록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고, 명절 음식 소비도 더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