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친정서 명절" 손주 등에 업고 웃음…추석 피케팅 뚫고 고향길

서울역·용산역 귀성객 북적…양손엔 캐리어·선물세트
"새벽 3~4시 취소표 확인"…가족 만날 생각에 '설렘'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한 가족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안소연 윤지오 기자

"36년 만에 명절에 친정으로 처음 가는 거예요. 매번 시댁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친정으로 바로 가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위경옥 씨(62)는 손주를 등에 업은 채 나주행 열차를 기다리면서도 연신 웃음을 보였다. 딸과 여동생, 손주까지 네 사람의 기차표를 직접 구한 위 씨에게 이번 추석은 36년 만에 친정에서 보내는 명절이다.

위 씨는 "매번 명절이면 시댁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친정으로 바로 간다. 어머니 상태가 괜찮으실 때 뵙고 싶어 내려간다"며 "추석 기차표 예매를 처음 해보는데 성공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용산역 대합실은 귀성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에는 네댓 명이 앞뒤로 붙어 자리를 나눠 앉기도 했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손에는 양반김과 한우·스팸 선물세트 등을 들고 열차를 기다렸다.

귀성객들에겐 고향에 가는 것만큼이나 기차표를 구하는 일도 큰일이었다.

이모와 조카 사이인 서남희 씨(42)와 이예림 씨(22)는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광주로 향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취소표를 확인한 끝에 가까스로 표를 손에 넣었다.

이 씨는 "말 그대로 '피케팅'이었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일주일 동안 거의 못 잤다"며 "표가 떴다가도 들어가 보면 바로 없어져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집밥 먹으러 가는 게 제일 좋다. 가족들과 맛있는 걸 만들어 먹고 성묘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목포로 발령받아 이사한 아들을 만나러 가는 조해경 씨(66)는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직접 서울역을 찾았다. 조 씨는 "서울역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입석표를 구했다"며 "아들 집에 가서 이삿짐도 정리하고 마당과 창고 공사도 봐줘야 한다. 쉬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웃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역에도 귀성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열차 시간을 놓칠까 봐 캐리어를 끌고 사람들 사이를 뛰어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짧은 연휴와 치열한 표 경쟁에도 서울역과 용산역을 찾은 귀성객들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뜬 모습이었다.

흰색 반려견 '쩡우'를 품에 안고 울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함 모 씨(31)는 이번에 처음 예매에 실패해 취소표를 구했다며 "연휴가 짧긴 하지만 반년 만에 가족을 보는 거라 좋다"고 웃었다.

남편과 7살 아들과 함께 천안행 열차를 기다리던 정 모 씨(42)는 명절 선물 대신 부모님께 드릴 '금일봉'을 준비했다. 정 씨는 "아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건 역시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며 "가면 송편을 가장 먹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 대신 야구장을 찾는 가족도 있었다. 롯데 팬인 이 모 씨(41)는 아내와 초등학생 딸과 함께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며 "오늘 야구 경기를 보고 서울로 돌아온 뒤 내일 춘천에 있는 동생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짧은 연휴에 대해 "대체휴일이 지정될까 기대했는데 없어 아쉽다. 사실상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가족끼리 얼굴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에서 613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귀성길 정체는 오후 6~7시 절정에 이른 뒤 2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후 3시 기준 서울에서 부산까지 7시간, 광주 6시간 20분, 목포 7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방향(오른쪽)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교통정보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은 613만대로 예상되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차량은 51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45만대로 평소 수요일보다 교통량이 많고 퇴근 차량과 귀성 차량이 겹치면서 오후로 갈수록 혼잡이 심해질 전망이다. 2026.9.23 ⓒ 뉴스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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