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내 앞에서 두 아들 학폭 피해…'사람 때리지마' 교육한 것 후회"

소재원 SNS
소재원 SNS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소재원 작가가 두 자녀가 또래 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즉각 신고에 나선 사실을 알렸다. 그는 가해 학생과 부모가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의사를 밝혀 처벌과 용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재원 작가는 최근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명이가 학폭을 당해서 학폭 신고를 했다. 교육청에서 직접 조사관이 나와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CCTV를 빠르게 확보하고 영상을 찍어 놓은 탓에 가해 학생과 부모는 어떤 변명도 없이 잘못을 인정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다. 부모로서 혼란과 갈등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소 작가는 "가해 학생이나 부모가 인정하지 않고 과격하게 나온다면 누가 이기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온 힘을 다했을 테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가해 학생과 부모는 빠른 인정과 사과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 엄마와 나는 서로의 공통된 생각이 가슴속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며 "선생님을 통해서 사과를 전하고 싶다는 가해 학생 부모님의 행동 속에 우린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폭력이었다. 명이와 설이가 명이 또래 친구 두 명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걸 보면서도 나는 바로 나서지 못했다"며 "그저 CCTV 위치를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저 과격한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계속 아이들을 지켜보던 중 자신의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소 작가는 "명이와 설이의 표정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더 작은 설이가 집중적으로 공격 받자 명이는 동생 동생을 지키기 위해 두 명의 아이들을 막아서고 있었다"며 "가해 아이들이 그런 적 없다고 말할 것을 대비해 핸드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며 주변 CCTV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간 엄청난 죄의식이 밀려왔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설이와 명이를 보며 내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 부끄럽고 미안했다"며 "'절대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나의 교육 방침이 아이들을 상처 입게 만든 것 같았다. 나의 믿음이 아이가 당하는 모습을 보자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정말 내가 옳았던 걸까?'라는 불신이 찾아오며 후회가 밀려왔다"고 자책했다.

이어 "나의 잘못된 가르침에 명이는 반깁스를 해야 했고, 설이는 며칠 동안 잘 걷지 못할 정도의 상해를 당해야 했다"며 "못난 나는 그저 아이들 엄마와 함께 변호사와 의논한 뒤 진단서를 가지고 학폭 신고를 하는 일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후 학교폭력 신고 절차가 진행됐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큰 이변은 없었지만 가해 학생과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소 작가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막상 가해 학생과 부모님이 머리를 숙이니 지독했던 독기가 사라져갔다"며 "'4학년인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너무 가혹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수와 시행착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었던 나이였다. 잘못된 행동들을 교정하며 하나하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양심과 규칙을 배워가던 나이였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 작가는 "하지만 명이는 그 아이를 마주할 용기가 없다고 했다.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며 "이럴 땐 다독이며 용서와 새로운 기회의 미덕을 가르쳐야 할까? 아니면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따라온다는 교훈을 가르쳐야 할까?. 감히 결정하지 못하겠다.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싶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소재원 작가는 소병호 화백의 손자로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 '공기살인'과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등 원작 소설 및 시나리오, 극본을 집필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