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대안 '불법 거래' 미프진 이제 양지로…후속 입법 과제 남아

정부 이르면 내년 초 미프진 공식 도입…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만
부작용 감수하고 미프진 삼켰던 여성들…제도적 공백 해소될지 주목

챗gpt를 활용한 AI이미지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주영 이비슬 안소연 기자 = 정부가 음지에서 불법 거래되던 인공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면서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약물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 후 7년 만이다.

그러나 헌재 결정 후 임신 중지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미프진은 이 같은 후속 입법 공백 속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의 '대안'으로 통했지만, 상당수 미프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제품이라 위법성과 부작용 우려를 낳았다.

7년째 후속 입법 공백 틈타 파고든 불법거래 미프진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프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임신 9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미프진을 복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초기 2년간은 병원에서 미프진 처방과 조제를 함께 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의사 처방과 약국 조제 방식으로 미프진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미프진 도입이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장기화하는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앞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1항)과 '의사(醫師) 낙태죄' 조항(제270조 1항)에 대해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이지만, 해당 법률을 바로 폐지하면 입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예상돼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조처다.

당시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을 국회에 주문했지만, 시한 내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고 임신 중지는 비범죄됐다. 그러나 논란은 이어졌다. '임신 중단이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개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실질적으로는 '임신 중단이 불법도, 합법도 아닌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을 고려해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지만 임신 중지 허용 주수 등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입법화에 이르지 못했다. 이 같은 입법 공백 속에서 여성들은 '미프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미프진이 음지에서 활성화한 배경이다.

지난해 미프진 불법 유통 313건 두 배 이상…'짝퉁 퇴출'될까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 약으로 구성된 콤비팩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을 유도한다. 두 약물을 함께 복용했을 때 임신중지 성공률은 95%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 방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세계 70여 개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선 미프진을 합법적으로 허용한다는 법령이 없어 미프진을 둘러싼 위법성과 부작용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2021∼2026년 5월)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판매·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1년 414건, 2022년 643건, 2023년 491건, 2024년 741건, 지난해 682건, 올해 5월까지 218건 등이다. 특히 SNS를 통한 불법 유통 적발 건수는 2024년 116건에서 지난해 31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불법 미프진 판매 사이트에는 매일 십여개의 구매 문의글이 새롭게 올라온다./뉴스1

음지 거래는 텔레그램 오픈 채팅창과 X 등 SNS에서 만난 판매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직접 미프진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구매 희망자는 임신 주차를 선택한 뒤 판매자가 발송하는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끝이다.

전문 약사에 의한 유통이 아니기 때문에 적정 투약량 등 주의 사항을 설명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약의 유통기한이나 제조국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022년에는 중국산 가짜 약 5만 7000여 정(시가 약 23억)을 정품 미프진으로 둔갑해 재판매한 일당이 검거된 바 있다. 이 제품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통령 지시에 7년 표류 끝내고 도입…후속 입법 통한 법적 근거 불가피

국회에서는 한때 미프진 도입을 논의했지만 저출생 논의에 부딪혀 상당 기간 공회전 상태였다. 21대 국회에선 권인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약물을 활용한 임신 중단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 임신중지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규정한 다수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그러다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보니 사고도 발생한다. 정부가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나서야 정부 공식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이종덕 기자

다만 정부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프진 도입 계획을 발표한 만큼 임신 중지의 법적 근거를 규정하는 후속 입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셰어) 대표는 "형법상의 낙태죄가 폐지됐고 모자보건법은 형법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였기 때문에 모자보건법이 따로 적용될 리는 없다. 임신 중지가 불법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어진 상태"라면서도 "그렇다면 이제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권리 보장을 명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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