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 판치는 '미프진'…대통령 지시에 7년 표류 끝내고 도입(종합)
초기 2년 병원 처방·조제…임신 9주 이내 허가·심사
건보 적용·약가 미정…비급여 시 가격 공개제 도입 검토
- 이비슬 기자, 강승지 기자, 송송이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강승지 송송이 기자 =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내려진 지 7년 만에 정부가 이르면 내년 1분기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위한 절차를 공식화했다.
임신 9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약품을 복용하는 형태로, 초기 2년간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가 함께 이뤄지도록 하고 이후 의사 처방과 약국 조제 방식으로 단계적 확대·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이어진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낙태약 사용 허가와 관련법 개정을 포함한 후속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제도권 안에서 낙태 허용이 이뤄지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 사례도 이어졌다. 임신중지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병원마다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는 문제도 있었다.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보니 사고도 발생한다. 정부가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뒤 정부 공식 협의도 급물살을 탔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안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약품은 낙태약 미프지미소정(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에 대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세 차례 신청했지만 모자보건법 등 개정 필요성을 이유로 식약처 허가 심사 절차가 지연됐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법제처가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지 방법으로 약물이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진전됐다. 안전성과 유효성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식약처가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약물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으로,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을 순차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해 임신을 종료시키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과 자궁경부 이완을 유도한다. 두 성분을 함께 사용할 경우 약 95%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가 신청됐다. 현재 식약처는 수입품목 허가·심사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안전성과 효과, 품질과 함께 시판 후 이상 사례 관리 등을 포함한 위해성 관리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업체의 보완이 적정하게 들어오면, 식약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심사해 허가하겠다"며 "업체의 준비, 도입된다면 가능한 한 내년 초, 1분기 안에는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업체와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약물 도입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도록 하고,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 기간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형법조항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는 상황을 봐서 계속 2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사 직접 조제 방식을 택한 것은 임신중지 관련 형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지만 약사의 조제·판매 행위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곽 정책관은 도입 초기 법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의사 직접 조제로 운영하겠다고 부연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약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곽 정책관은 "건강보험 급여화 관련은 해당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해야 검토될 수 있다"며 "약 조제 전 검사는 건강보험 급여화 여부를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급여로 도입될 경우 약의 가격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곽 정책관은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한다면 가격을 판단할 텐데 예상된 바로는 비급여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떤 가격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비급여로 도입된다면 가격에 대해 고지하고 의료기관은 환자한테 가격 등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부과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비급여 보고를 받아 그에 대해 가격 비교하는 것을 공개하는 제도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별도의 투약 연령 기준은 현재 품목허가 신청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미성년자의 임신중지 약물 사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성평등부는 청소년 임신중지 과정에서 상담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향후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예정이다. 미성년자의 약물 처방 때 보호자 동의를 의무화할지 여부에 대해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국가 의료체계 아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허가 이후 안전한 사용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임신중지약물의 허가 신청자료를 철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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