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불법 에어컨 혼합냉매 경고…수입·온라인 유통 차단 검토

최근 5년 냉매 관련 추정 화재 36건…2025년 이후 27건
실외기 알루미늄과 반응해 자연발화성 물질 생성 확인

소방청 전경.(소방청 제공) ⓒ 뉴스1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온라인과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유통되는 일부 불법 에어컨 혼합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물질을 만들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은 국립소방연구원과 서울·경기 화재감정기관, 경남소방본부가 관련 화재를 조사한 결과 실외기 내부에서 제3류 위험물인 '트리메틸알루미늄'을 검출했다고 2일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구형 에어컨에 쓰이는 R-22 냉매로 속여 판매하는 불법 혼합냉매다. 일부 제품에는 독성과 가연성이 높은 R-40(클로로메테인)이 섞여 있었다.

R-22는 오존 파괴 문제로 202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이후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저가 불법 혼합냉매가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청 조사 결과 불법 혼합냉매에 포함된 클로로메테인이 실외기 내부 알루미늄 부품과 반응하면서 트리메틸알루미늄이 생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물질은 공기에 노출되면 스스로 불이 붙고, 물과 접촉하면 격렬하게 반응해 가연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냉매를 처음 주입할 때는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가동 과정에서 위험물질이 서서히 생성되고, 이후 철거나 재충전을 위해 배관을 자를 때 공기나 수분과 접촉하면서 불이 붙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에어컨 냉매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는 총 36건이다.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6건, 2025년 13건이었고 올해는 7월까지 14건 발생했다. 다른 원인으로 분류됐다가 다시 냉매 관련 화재로 확인된 사례도 11건이다.

화재는 철거·충전 작업 중 발생한 경우가 17건(47.2%)으로 가장 많았다. 에어컨 작동 중 13건(36.1%), 미가동 상태 4건(11.1%), 원인 미상 2건(5.6%) 순이었다.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지난 7월 24일 경남 진주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는 증거물을 수집하던 화재조사관이 실외기 냉매 인입부에서 튄 불꽃으로 양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6월 인천 강화의 한 주택에서는 실외기에 가스를 주입하던 70대 남성이 폭발로 크게 다쳐 닥터헬기로 이송됐다. 올해 6월 목포와 지난해 4월 서울에서도 에어컨 냉매로 인한 발화·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불법 혼합냉매가 확인됐다.

소방청은 지난달 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한국소비자원 등과 1차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같은 달 25일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국립소방연구원, 서울·경기 화재감정기관, 경남소방본부까지 참여해 해외 직구와 온라인 판매 차단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으로 관계 부처는 불법 혼합냉매의 수입과 온라인 유통을 차단하고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화재 감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불법 혼합냉매 대응 현장조사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화재조사관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정식 통관과 품질 검사를 거친 정품 냉매는 안전하다며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냉매 △품질 인증마크가 없는 냉매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를 주의하고, 반드시 정식 등록 업체를 통해 시공할 것을 당부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공자의 인적사항도 기록·보관해야 한다.

주영국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불법 혼합냉매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사용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화재 발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추가로 확인되는 사항은 국민 여러분께 신속히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