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투명하게 홍명보 뽑았다더니'…2년 만에 말 바꾼 이임생
문체부·축구협회 소송에 참가 신청…"수뇌부 지시 따랐다"
경찰 조사 앞두고 핸드폰 바꾸기 '증거인멸 정황'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회장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절차상 문제없이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결정했다."
2024년 7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하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모든 책임을 끌어안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해 오던 그는 2년 뒤 홍 감독을 뽑은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시였다고 말을 바꿨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송에 소송관계인으로 참여하겠다는 소송 참가를 신청했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부회장, 이 전 이사에게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이 전 이사의 주도로 홍 전 감독을 선임한 과정에 대해선 "권한이 없는 자의 불공정·불투명한 추천으로 이뤄진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이사는 자신이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 참가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이사는 2024년 6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당시 정 전 위원장은 최종 후보를 홍명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3명으로 추린 뒤 1순위로 홍 전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정 전 회장이 2~3순위 후보까지 3명 모두 만나고 추천하라고 했다.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정 전 위원장이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물러났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 채로 이 전 이사에게 감독 선임 전권이 넘어갔다.
이후 이 전 이사가 유럽으로 날아가 포옛, 바그너와 면담했고, 귀국 후 최영일 부회장의 도움으로 성사된 '빵집 회동'을 통해 홍 전 감독으로부터 수락을 받아냈다.
그다음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가 홍 전 감독과 협상하는 동시에 당시 홍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울산HD에도 양해를 구했다.
이 전 이사는 "최종 후보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난 혼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에 정보가 새는 걸 막기 위해 전력강화위원회도 소집하지 않고, 위원에게 개별 연락해 '자신이 최종 후보를 결정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은 이랬지만, 국회 청문회까지 불출석하던 이 전 이사가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정 전 회장의 지시대로 후보자 3명을 모두 만나 누구와도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면담을 거부해 온 홍 전 감독을 밤늦게 자택 앞에서 만난 것도 그 때문이고, 승낙을 얻은 뒤에는 정 전 회장이 최우선 협상 대상인 홍 전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을 추천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 전 이사는 그런 임의적 행위를 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감독 최종 후보 3명과 면담을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곧바로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게 자기의 역할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는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이사의 '책임 회피'에 대해선 동정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미 그는 자기가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고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혀야 할 때는 입을 다물더니 대한축구협회가 '적폐 조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자기 한 몸 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홍 전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경기력 속에 조별리그 탈락 한 뒤에는 이 전 이사가 핸드폰을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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