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아닌 피신' '백사장도 뜨거워'…첫 '42도대' 최강 폭염에 피서지 북적

양산 국내 첫 42도대 최고 기록·경주 40.2도·광양 40.3도(종합2보)
놀 곳 아닌 더위 피할 곳 찾는다…극한 폭염에 곳곳 인명사고도

기록적인 폭염 속 피서 절정기를 맞은 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8.2 ⓒ 뉴스1 윤일지 기자

(전국종합=뉴스1) 강서연 윤왕근 기자 =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은 2일, 시민들은 '놀 곳'보다도 '더위를 피할 곳'을 먼저 찾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2.5도까지 치솟았다. 국내 기상관측 사상 공식 관측지점에서 42도대 기온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경북 경주도 이날 오후 1시 55분 공식 관측지점의 낮 최고기온이 40.2도를 기록하며 40도 선을 넘어섰다. 종전 경주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4일 기록한 39.8도로, 8년 만에 기록이 바뀌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읍의 기온도 이날 낮 12시 50분 40.3도까지 올랐다. 대구 북구는 오후 1시 26분 38.5도까지 올랐고, 울산 장생포와 울산공항도 38.9도를 기록했다.

'시원한 실내' 인기…10~15도 동굴·백화점·카페 발길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울산에서는 남구 태화강동굴피아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태화강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군수물자 창고로 쓰였던 남산동굴 4곳을 정비해 만든 시설이다. 울산의 낮 기온이 37도를 웃돈 이날도 동굴 내부는 10~15도를 유지했다.

동굴 입구에서부터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오자 연신 땀을 닦던 시민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4살 자녀와 동굴을 찾은 임진효 씨는 "원래 야외 물놀이장에 가려고 했지만 살인적인 더위를 견디기 어려워 실내를 찾았다"며 "동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세 땀이 식었다"고 말했다.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도심은 평소 휴일과 달리 한산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를 걷는 시민들은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로 햇볕을 피한 채 서둘러 실내로 들어갔다.

반면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백화점과 카페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가족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주부 임 모 씨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는 백화점과 커피숍이 올여름 최고의 피서지가 된 것 같다"며 "전기요금이 부담돼 집에서 에어컨을 계속 켜는 것보다 실내 공간으로 나오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대형 쇼핑몰과 복합문화공간도 이른바 '몰캉스족'으로 북적였다. 두 자녀와 쇼핑몰을 찾은 한 부부는 "집에만 있으면 에어컨을 계속 켜야 해 전기요금이 걱정된다"며 "시원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온이 약 34.2도까지 치솟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찾은 시민들도 찜통더위를 피해 카페와 만화카페 등 실내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햇볕 아래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땀으로 수영할 수 있다"면서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스트레이키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러시아에서 왔다는 소피(24·여)와 크리스티(24·여)는 한국의 찜통더위에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 소피는 "날이 너무 더워서 거리를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며 "더위를 피해 잠시 쉬려고 카페에 들어왔다"고 했다.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진 2일 서울시내 한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폭염의 날씨로 시민들이 식당가와 카페, 영화관이나 각종 체험 공간이 모여있는 쇼핑몰 실내에서 모든 일정을 보내며 더위를 피하는 이른바 '몰캉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2026.8.2 ⓒ 뉴스1 이호윤 기자
그늘진 계곡도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

물과 그늘을 함께 갖춰 시원한 계곡에도 피서객이 몰렸다. 충북에서는 괴산 쌍곡계곡과 보은 서원계곡, 청주 도심 물놀이장에 가족 단위 피서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계곡물을 오갔고, 부모들은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청주시 남이면의 한 물놀이장에도 시민 수백 명이 몰렸다.

경남 거창 수승대와 산청 중산리 계곡도 이른 아침부터 피서객들로 붐볐다. 수승대 관광지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찼고, 계곡의 그늘진 자리는 일찌감치 방문객들이 차지했다.

피서객들은 계곡물에 몸을 담그거나 직접 준비한 의자와 테이블을 펼쳐 놓고 휴일을 보냈다.

휴가철을 맞은 2일 경기도 양주시 송추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2026.8.2 ⓒ 뉴스1 김성진 기자
달궈진 백사장 피해 해송 그늘도 '인기'

하지만 바닷가에 도착하고도 백사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피서객도 적지 않았다.

포항 영일대와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바닷물 대신 해송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강한 햇볕에 백사장이 뜨겁게 달궈져 맨발로 걷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구미에서 가족과 함께 포항을 찾은 한 피서객은 "백사장이 너무 뜨거워 맨발로 걸어 다니기 힘들다"며 "햇볕이 고층 건물 뒤로 넘어갈 때까지 소나무 그늘에서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일대와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은 피서 극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일부 피서객만 바닷물에 들어갔고, 상당수는 해송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뜨거운 햇볕을 피했다.

반면 그늘막과 인공폭포 등 편의시설을 갖춘 포항 침촌 야외물놀이장에는 오전부터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인공폭포와 물놀이 시설에서 더위를 식혔다.

폭염 속 야외활동에 인명사고도…"한낮 야외활동 자제해야"

폭염 속 야외활동은 인명사고로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5분쯤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을 오르던 50대 여성 등산객이 탈진해 쓰러졌다. "함께 등산하던 지인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은 산악구조 장비를 갖춘 헬기를 투입해 오전 10시 22분쯤 등산객을 구조했다. 구조 당시 이 등산객은 심정지 상태였으며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보건 당국은 온열질환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봉화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폭염특보가 확대되면서 지자체들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충남도는 천안과 공주, 논산, 당진, 서산, 계룡, 보령, 홍성 동부의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격상되자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했다. 도는 고령자와 1~2인 가구 주민, 건설현장 등 야외근로자를 중심으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마을 단위로 취약 주민의 건강과 안전 상태를 살피기로 했다.

각 시·군 및 유관기관과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기온 변화와 특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한편, 인명피해가 우려되면 즉각 현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기상 당국은 당분간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한낮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노약자와 만성질환자, 야외근로자는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