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말고 변호사한테 연락?…내용증명 무시해도 되는 이유
박영헌 변호사 "소송, 능사 아냐…대화 고민해야"
-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동물병원에 직접 연락하지 말고 변호사 통해서만 연락하라는 통지나 내용증명은 무시하셔도 됩니다. 물론 무분별한 연락은 부적절합니다. 사안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수의사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면 대화를 고려해 보세요."
소송에 앞서 대화를 하라는 현직 변호사의 글이 누리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물의료 분쟁을 다수 다뤄온 박영헌 법무법인 단비 변호사는 "소송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보호자와 동물병원 모두 대화와 조정을 통한 해결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법무 전문 변호사이자 반려견 보호자인 박 변호사는 2019년부터 동물 관련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00건의 동물 관련 법률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강아지가 목줄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오프리쉬 사고부터 고양이 학대, 의료분쟁 등 법률 자문을 이어왔다. 실제 소송은 법적 대응이 필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맡고 있다. 동물 의료분쟁 사건을 다수 다루면서도 소송보다 조정을 통한 해결을 먼저 했다.
박영헌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쁘띠네 변호사'를 통해 실제 보호자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게시물은 모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소개했다. 의료분쟁 과정에서 소송보다 대화와 조정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동물의료분쟁은 고의에 의한 악성 사건이 아니라면 대화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을 떠나보냈거나 중대한 상해를 입은 보호자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소송이 시작되면 결국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당사자 간 직접 소통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이를 먼저 시도해 볼 것을 추천했다.
그는 "병원에 직접 연락하지 말고 변호사를 통해서만 연락하라는 통지나 내용증명을 받더라도 협의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진료를 가장 잘 아는 수의사와 직접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실제로 상대방 변호사를 통해 대화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 여지가 있는 사건은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직접 연락해 대화를 시작하도록 권하고 있다"며 "다만 감정적인 항의나 무분별한 연락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의료분쟁 소송의 경제적 부담도 지적했다.
그는 "보호자든 동물병원이든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소송비용으로 큰돈을 쓰기보다 다른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동물의료 소송비용이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보다 더 많이 드는 상황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가능한 상황인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상대방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상담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수의계에 따르면 최근 동물병원 의료사고를 둘러싼 온라인 보호자 커뮤니티와 단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보호자들의 법률 상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동물병원 역시 분쟁 초기부터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사례가 늘면서 당사자 간 대화 없이 소송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조언을 바탕으로 소송 대신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한 사례도 소개했다.
한 보호자는 이메일을 통해 "변호사님 말씀대로 병원과 직접 협의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러 분쟁을 종결하게 됐다"며 "수임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적인 시각에서 조언해 준 덕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끝까지 차분하게 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다른 보호자도 "답변을 참고해 내용을 정리한 뒤 담당 원장에게 직접 연락했고 결국 소송으로 가지 않고 제가 제시한 내용으로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덕분에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실제로 맡은 동물 관련 사건과 동물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분쟁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의 역할은 소송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보호자와 동물병원이 서로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도록 돕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사건이 합의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과 진심 어린 대화만으로 해결되는 분쟁도 적지 않다"며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변호사 역시 의뢰인을 법정으로 이끄는 것보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동물병원과 보호자가 서로 잘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혐오처럼 인식돼서 안타깝다"며 "서로 소통이 안 돼서 벌어지는 사건도 많은데 소송하면 좋은 사람은 결국 변호사다. 자존심 싸움하다 보면 남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황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약간 매뉴얼처럼 잡혀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내용증명을 보면 안타깝다"며 "사실 동물 분야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공익과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변호사는 동물병원 원장을 자극해 화해 시도를 차단하거나 반대로 보호자를 시켜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하고 댓글을 달게 하는 행위를 유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나쁜 수의사, 억울한 보호자 대결 구도로 나눠져서 대화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받고 결과가 안 좋으면 보호자는 고소하고 동물병원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경우 자칫 사람 소아과나 산부인과처럼 위험한 환자는 안 받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반려인의 한 사람으로서 동물병원과 보호자가 적대시하지 않고 대화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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