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소 시위 20일째…장기 농성 속 청년층 일부 이탈·내부 마찰도
"정치권 사태 수습·선관위 제도 개혁이 핵심"
-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24일로 20일째를 맞았다. 시위 초반 수만 명이 운집하며 높은 결집력을 보였던 현장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참가자 구성과 분위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시위 초반 상당수를 차지했던 20~30대 참가자들은 최근 현장을 떠나 주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재투표 필요성 등을 주장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극우 성향 등 정치적 색채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좌·우파 색채 언어 금지'와 '특정인 비하 및 혐오 구호 금지' 등을 필수 규칙으로 내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등장했다.
현장 분위기도 시위 초반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개표소 봉쇄가 시작된 직후 첫 주말인 지난 6~7일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3000여 명이 현장에 모였다. 당시 시위에선 "재선거, 참정권 침해만 외쳐달라"는 목소리가 중심이 됐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 시위 방식과 주장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엔 일부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A-WEB 한미 공조 국제수사" 등 구호를 외치겠다고 나서면서 다른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A-WEB은 '세계선거기관협의회'를 의미하며 보수 진영에서 줄곧 부정선거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해 온 기구다. 한국산 선거 장비를 수출해 세계 각국에 부정선거를 일으켰다는 주장이지만 사실로 검증된 바는 전혀 없다.
지난 22일에는 봉쇄 장기화에 '데드라인'을 설정해 그 안에 요구안이 달성되지 않으면 국회의사당에 쳐들어가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당시 한 젊은 남성 시위자는 "젊은 사람들이 뭉치려면 데드라인이 무조건 필요하다. 우리는 흐지부지한 싸움은 절대 못 한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시위자는 "선동하지 말라"라고 맞섰다.
현장에는 특유의 농성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는 모기장 텐트 등 간이 생활공간이 늘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 오전 시간대에는 밤샘 참가자들에게 "퇴근하시냐"는 인사가 오가는 등 시위 현장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기능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 초반에는 극우 성향 참가자들과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른바 일반 보수층이 함께 있었지만, 이들은 결국 합쳐지기 어렵다"면서 "(그 과정에서) 내부 분화와 공간적 분리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위) 초반에는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젊은 층이 많이 참여했는데, 소위 부정 선거론자들이 가세하면서 (참가자 간) 갈등은 사실상 불가피했다"며 "부정 선거론자들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위 자체에 중간에서 조율하거나 중앙에서 통제하는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부정 선거론자들의 유입을 막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이후 시위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올림픽공원 시위는 변질됐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서 선관위 개혁 등 여러 후속 대책을 내놓을 텐데, 그것이 애초 올림픽공원 시위를 시작했던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다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가느냐, 그리고 제도적으로 선관위를 어떻게 개혁해 나가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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