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치원서 코아티 만졌어요"…법 막아도 동물 체험은 계속됐다
어웨어, 어린이집·유치원 149곳서 이동전시 확인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오늘 유치원에서 여우랑 코아티 만졌어요."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야생동물을 만지게 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관람객이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고 올라타는 행위를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공포,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위로 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조사 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149곳(어웨어 집계 기준 어린이집 135곳·유치원 14곳)에서 이동동물원 프로그램이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지난 8일 '2026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및 불법 전시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등록된 동물원 16곳과 미허가 동물전시업체 9곳, 이동전시업체 12곳, 야생동물카페 5곳을 대상으로 동물 체험 프로그램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사 결과 허가 동물원은 물론 이동동물원과 야생동물카페 등에서도 만지기와 먹이주기 체험이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에 따르면 조사 대상 동물원 16곳 모두 관람객을 대상으로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후환경부의 '동물원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은 급여량과 장소, 시간 등에 제한이 없는 무분별한 먹이주기 체험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 시설 모두 해당 체험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 만지기 체험 역시 16곳 모두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5곳은 체험 장소와 시간, 참여 인원 등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설에서는 피부질환 등이 의심되는 동물이 체험에 활용돼 인수공통감염병 우려도 제기됐다.
야생동물카페 5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모든 시설에서 동물 만지기와 먹이주기 체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가 다룬 여러 문제 중 법 개정 이후에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이동동물원 영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이 보유 동물을 해당 동물원 외 장소로 이동해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22년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동물원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의 야생동물 전시를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웨어는 '동물 수업', '생태 체험' 등의 이름으로 포유류 야생동물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으로 데려가 전시하는 이동동물원 영업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포유류 야생동물을 동물원 이외 장소로 이동 전시한 업체는 12곳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0곳은 동물원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였으며 2곳만 야생동물 전시시설로 등록돼 있었다.
이들 업체를 이용한 시설은 전국 151곳에 달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43곳, 민간·가정·법인 어린이집이 92곳, 사립 유치원이 14곳이었다.
특히 대다수 시설에서 이동동물원 방문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기 프로그램 형태로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전시에 활용된 동물은 여우와 북극여우, 라쿤, 미어캣, 스컹크, 자칼, 코아티, 킨카주 등 포유류 야생동물 18종을 포함해 조류와 파충류, 양서류, 가축 등 다양했다. 어웨어는 확인된 12개 업체 모두에서 만지기 또는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사육 환경을 확인하기 어려운 업체도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12곳 가운데 8곳은 고정된 전시·사육시설이 확인되지 않는 이동식 업체였다. 일부는 사업자 주소지가 아파트나 주택, 임야로 등록돼 있었으며 현장 점검 과정에서도 동물 사육이나 영업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어웨어가 관련 업체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결과 5곳은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고발 또는 행정조치가 진행 중이다. 2곳은 수사 의뢰가 예정돼 있다.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생태설명회'를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동물쇼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어웨어에 따르면 한 시설에서는 사육사가 악어 입 속에 머리를 넣거나 손을 집어넣어 혀를 보여주는 공연을 진행했다. 또 나무막대로 악어 입 주변을 자극하거나 꼬리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모습도 관찰됐다.
다른 시설의 잔점박이물범 생태설명회에서는 물범이 사육사의 구호에 맞춰 앞지느러미를 반복적으로 바닥에 내리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새끼 백사자와 관람객이 함께 터그놀이를 하거나 목에 장난감을 거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었다. 사육사가 사자를 관람객 가까이 유인해 사진 촬영을 유도하는 장면도 관찰됐다고 어웨어는 밝혔다.
어웨어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생태교육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무관한 공연성 연출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계획에 포함된 경우 만지기·먹이주기 등 금지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 개선 △동물원 정기검사 강화, 불법 동물전시시설 규제 방안 마련 △오락·흥행 목적의 동물 훈련 금지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안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법 개정 이후에도 허가 동물원과 무허가 전시시설에서 무분별한 동물 체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물복지를 저해하거나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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