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을 못 팔아요"…장애인보조견 숙박거절, 법과 현실의 간극
법적 출입 보장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거부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그러면 다른 방을 못 팔아요."
장애인보조견 동반 여부를 묻는 한 통의 문의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법적으로는 분명 허용된 권리지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장애인 이동권과 편의시설 접근권을 둘러싼 현실의 간극을 드러내는 사례가 다시금 제기됐다.
청각장애 보조견 '보슬이' 보호자 이 모 씨는 최근 대전 지역 숙소를 찾던 중 보조견 동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가 황당한 이유로 거절을 경험했다. 숙소 측은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고 이미 예약된 손님도 환불해야 한다"며 운영상의 이유를 들었다. 또 "주말 요금으로 겨우 운영을 유지하고 있어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손해가 크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청각장애인보조견은 단순한 동반 동물이 아니다. 보호자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대신 감지해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물이 끓는 소리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황, 자동차 경적이나 초인종 소리 등을 인지해 보호자에게 신호를 보내 일상과 안전을 돕는다. 배변 훈련부터 지정석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매너 교육도 철저히 받는다.
장애인보조견은 법적으로 숙박시설을 포함한 공공장소 출입이 보장된 존재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조견의 동반 출입을 거부할 경우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단순히 '운영상 어려움'이나 '다른 이용객의 불편 가능성'은 거부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씨는 "그저 함께 머물 수 있는지를 물어봤을 뿐인데 돌아온 답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숙소 측에서 보조견 방문에 당황하지 않고 현장에 그냥 갔다가 거부당해 갈등으로 번질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문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각장애는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조견의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쉽다. 이 씨는 "거절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청각장애 보조견 '럭키'와 함께 생활해 온 경험을 포함해 약 15년간 보조견과 동행해 왔다. 그사이 신고 체계도 생겼지만, 체감 변화는 크지 않다고 했다.
현재 해당 숙박업소는 지자체 담당 부서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된 상태다.
온라인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댓글에서는 강한 비판과 함께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다.
누리꾼들은 "이건 보조견이 아닌 사람을 거부한 것", "보조견 출입 금지는 곧 장애인 차별인데 어떻게 저렇게 편협할 수 있나", "법적으로 허용이 기본인데 전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사업자 사정을 왜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냐", "알레르기나 위생 문제를 이유로 드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숙박업은 다양한 리스크를 감안하고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최근 제주 숙소에 문의했다가 알레르기를 이유로 거부당한 적이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돼 씁쓸하다"고 적었다.
반면 "개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소규모 숙박업소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등 업주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인식 격차가 크게 드러난 셈이다.
이와 함께 법을 피해 가는 '우회적 거부'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장애인보조견 동반 인식 개선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청각장애 보조견 '도도' 보호자 구혜진 씨는 "보조견 출입 자체를 노골적으로 막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출입은 허용하되 개털 등을 이유로 과도한 청소비를 청구하거나 시설 점검 등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는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며 "실제 보조견과 함께하는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구혜진 씨는 "잘 들리지 않고 자주 넘어져 늘 멍을 달고 살지만, 보조견이 개라는 이유로 차별이 정당화되는 일상에서 매일 상처받는다"고 했다.
이어 "알레르기나 털, 냄새 등을 이유로 거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 이는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다 보니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조견을 거부하는 건 결국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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