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구내식당 조리원 사망…유가족 "원청 쿠팡은 책임져라" 소송

"계약 당사자 아니더라도 고인 노동에 이득 봤다면 안전 책임"

2020년 쿠팡 천안물류센터서 근무하다 숨진 고 박현경 씨의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쿠팡의 책임 회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쿠팡대책위원회 제공)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쿠팡 물류센터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박현경 씨의 유가족이 "쿠팡은 원청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유가족들과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쿠팡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밝혔다.

쿠팡 천안물류세터 구내식당서 근무하던 박 씨는 2020년 6월 홀 바닥 청소를 하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고인은 인력파견업체 아람인테크 소속이었으며, 구내식당 운영은 쿠팡과 위탁 계약을 체결한 동원홈푸드가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0월 박 씨 죽음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산재로 승인했다.

유가족은 쿠팡이 원청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계약 구조 변경을 지시했을 거란 의혹을 제기했다.

고인의 배우자 최규석 씨는 "국가가 산재를 인정했음에도 쿠팡은 사죄 한마디 없다"며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의 노력은 쿠팡의 거대한 은폐 시도 앞에 매번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생계를 책임지던 한 사람의 부재로 생활고를 겪어야 했고, 법정 싸움 비용에 가족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쿠팡은 고인의 죽음과 유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소속 임상옥 변호사는 "쿠팡은 구내식당 운영이 동원홈푸드의 소관이라고 선을 긋지만, 고인의 노동이 쿠팡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필수적 노동이라는 점은 사업 구조상 명백하다"며 "고인 사망의 원인이 쿠팡의 방역 정책에 따른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라는 점도 역학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은 형식적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의 이익을 얻는 사업주에게 해당 노동 공간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도록 한다"며 "이를 확인시켜 주는 13년 전 대법원 판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원·하청 업체는 모두 사용자로서 고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고인의 업무상 위험 요인을 충분히 인지·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방관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족은 쿠팡·동원홈푸드·아람인테크 등을 공동 피고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 원·하청 업체의 법적 책임을 확인하고 온당한 배상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울동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 밖에도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물류센터 노동 환경과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라고 쿠팡에 주문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