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판결 7년째…낙태 수술 의사·여성에 여전한 '살인죄'
2019년 4월11일 "여성 자기 결정권 침해" 결정
의료가이드라인·임신중지약물 허가 제자리걸음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내려진 지 7년이 지났다. 의료 가이드라인이나 낙태약 사용 허가와 같은 보완 대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여전히 국회와 정부의 후속 입법 수립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형법(제269조·제270조) 제정 이후 임신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해 온 형사 처벌 체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헌재는 형법 제269조가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까지 처벌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태아 생명 보호라는 공익 달성에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국회는 매년 선거나 종교계 눈치를 보며 논의를 지연했고 정부는 입법 우선을 사유로 들며 제도 정비를 미뤄왔다.
헌재 결정 이후 7년 동안 현장 혼란은 계속됐다. 임신중지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남아 병원마다 비용이 제각각 책정됐고 여성들은 검증되지 않은 약물과 사기 위험에 노출됐다.
법조계조차 여전히 낙태를 처벌 대상으로 판단하면서 입법 부재가 의료 현장과 형사사법 체계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이 낙태 수술을 한 혐의(살인죄)로 병원장에게 징역 6년 형, 집도의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수술 받은 여성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제도권 안에서 낙태 허용이 이뤄지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임신중지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유통 건수는 총 2641건으로 집계됐다.
여성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임신중지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에는 임신한 여성과 의료진이 안전하게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약물 도입을) 정부는 모른 척하고 방치하는 상태냐"며 "숙고를 몇 년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임신 중지 약물에 대해 식약처에서 빠르게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사용을 허용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임신을 경험한 여성 중 낙태를 고려한 경우는 56.3%다. 실제 낙태 경험자는 40%에 달하며 사유는 경제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음이 29.7%, 학업이나 일을 해야 하는 상황 20.2%, 결혼할 마음 없음 12.5%, 이미 낳은 아이로 충분함 11.0% 순서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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