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00원 육박, 종량제 봉투 사재기…시민들도 '전쟁'

유가 고공행진에 무색해진 '주유소 가격 비교'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국내 여행도 연기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진 3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27.59원, 경유는 1902.92원을 기록했다. 2026.3.30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소봄이 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대란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일상까지 침투하면서 생활고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주유비 외에도 쓰레기 봉투 등 생필품 구매와 여행 계획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30일 뉴스1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190원, 경유는 2120원이었다.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김윤균 씨(60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유가에 가격 비교를 관뒀다. 김 씨는 "여기서 넣나 저기서 넣나 100원~200원 차이"라며 "평일엔 서울 마포경찰서 앞 주유소에서 넣었지만 오늘 검색해 보니 그곳도 1900원대더라"라고 말했다.

고공행진 하는 유가에 곤란하기는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동자동의 한 주유소 사장 부부는 "최고가가 (리터당) 2410 원에 들어오지만 손님들에게는 2300 원에 내주고 있다"며 "직영주유소는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지만 개인 주유소는 알아서 하라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부부는 "힘들다는 얘기도 하기 싫다.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 나가고, 이번 달 월급도 깎았다"며 "지방세도 못 낼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73.1 원으로 전날 대비 8.4 원 올랐다. 경유는 평균 1865.9 원으로 7.9 원 상승했다. 고유가는 석유가 들어간 모든 화학제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종량제 봉투에 구매한 물건을 담고 있다. 2026.3.30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마트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쓰레기봉투 수량을 1묶음(20매)으로 제한 중이었다. 평소보다 쓰레기봉투 구매량이 5배 가까이 늘며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직원 박 모 씨는 "지난주 목요일(26일)부터 대란이 시작됐다. 그날 하루는 저희도 원하는 만큼 줬지만 금요일(27일)부터는 감당이 안 됐다"며 "업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다 보니 그에 맞춰 수급 조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 분들은 괜찮은데 사업하시는 분들이 너무 걱정하시더라. 특히 50ℓ짜리 큰 종량제 봉투 수요가 더 많았다"고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종량제 봉투 수급 불안에 대해 "공급에 문제가 없고 가격 인상도 없다"며 사재기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또 "최악의 경우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대책도 마련돼 있어 쓰레기를 쌓아둘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맞선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하늘길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전광판에 아부다비행 항공편 결항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시민들이 이맘 때쯤 계획하던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도 조심스럽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29)는 "가고 싶은 곳이 매번 달라져 늘 여름휴가 직전에 비행기를 예매하곤 했지만, 최근 이란 공습으로 비행기 삯이 너무 올라서 부담된다"며 "올해는 국내 한적한 곳에서 휴가를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남편 환갑맞이로 속초 여행을 준비하던 서 모 씨(59)는 최근 폭등한 기름값에 일정을 무기한 미뤘다. "이럴 때는 집 밖으로 안 나가는 게 상책"이라는 서 씨는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한동안 '집콕' 생활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현재 일본에서 직장 생활 중인 윤 모 씨(30대)는 "지난해 귀국 때 왕복 4만5000 엔(약 43만 원) 정도였던 항공권이 12만 엔(약 114만 원)이 됐다"며 "연휴라는 조건도 있지만 항공비가 너무 많이 올라 귀국을 단념했다"고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