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조태용 전 국정원장, 정치인 잡으란 지시에 '내일 얘기' 회피"
"체포자 명단 작성 경위 증언…여인형, 위치 출력 부탁"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보고 받았음에도 회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6일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원장의 4차 공판을 열고 홍 전 차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지원을 지시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조 전 원장이 어떻게 반응했냐'는 검찰 질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잡으러 다닌다고 말하니 (조 전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 국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첩사가 여야 대표를 잡으러 다닌다고 하면 누구든 반응 없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다음 날 얘기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있거나 상의하거나, 다음 단계를 얘기해야 하는데 반응이 없었고 추가로 보고할 사항이 많았는데도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말을 끊어서 '업무적인 지시는 해주셔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보고 받은 내용에 대해 (조 전 원장이) 회피하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냐'라는 질문에 "공무원은 정책 결정에 책임이 따른다"며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관련된 부분을 개입하지 않고 (싶어 하고) 그래서 보고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또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위치를 출력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체포 대상자 위치가 확인이 안 되니 위치를 출력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득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하고 있다고 생각돼 보안폰으로 하려고 했는데 연결된 부분이 없었다"면서 "(여 전 사령관이) 명단을 빨리 불러주겠다고 서두르길래 책장 위 메모지에 체포자 명단을 받아적은 거 같고 그게 '체포자 명단'"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오전에는 홍 전 차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따르지 않았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해 홍 전 차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었던 이 모 씨는 '2024년 12월 6일 홍 전 차장의 이임식 이후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홍 전 차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소회를 얘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으니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런 선배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경위를 인식하고 홍 전 차장으로부터 국군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활동을 지원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 유기)를 받는다.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할 국정원장의 의무를 어겼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조 전 원장은 또 계엄 선포 당일 홍 전 차장의 국정원 청사 내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에만 제공하고 더불어민주당에는 주지 않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도 받고 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국회에 나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바 없다"고 위증한 혐의와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등에 답변서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도 적용됐다.
doo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