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개 도살장 문 닫았다…韓 '전환 모델' 첫 해외 적용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현지단체 손잡고 식당·도살장 폐쇄

인도네시아의 개 도살장으로 잡혀온 개가 마대자루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개 식용 산업은 대부분 가정이나 거리에서 불법 포획된 개들이 입과 발이 묶인 채 자루에 넣어져 유통되고 있다(단체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인도네시아에서 수십 년간 운영돼 온 개 도살장과 식당이 폐쇄되고 도살 위기에 놓였던 개들이 구조됐다. 한국의 '개 식용 산업 전환 모델'이 인도네시아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인도네시아 누사텡가라 티무르(NTT)주 쿠팡 섬에서 개 식용 식당과 도살장 폐쇄를 지원하고, 현장의 도살 위기 개 10마리를 구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활동에는 현지 동물보호단체 자카르타 애니멀 에이드 네트워크(JAAN)가 함께 참여했다.

단체에 따르면 폐쇄된 도살장과 식당은 각각 15년 이상, 45년 이상 개를 도살하거나 개고기를 판매했다.

이번 활동은 한국에서 진행해 온 개 식용 농장 전환 프로그램인 '변화를 위한 모델'(Models for Change)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한 사례다.

변화를 위한 모델 프로그램은 개를 구조하는 동시에 농장주나 업주의 생계를 다른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18개 개 농장을 폐쇄하고 약 2700마리 이상의 개를 구조했다.

이상경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캠페인 팀장(왼쪽)이 인도네시아 개 도살장에서 구조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단체 제공). ⓒ 뉴스1

이상경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캠페인 팀장은 "한국의 개 식용 농장에서 많은 개들의 고통을 목격해 온 활동가로서 다른 나라에서도 개 식용 산업 종식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개 식용 산업은 대부분의 개가 가정이나 거리에서 불법 포획된 뒤 열악한 환경에서 운반된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지만, 동물이 겪는 고통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개 식용 산업은 동물 문제를 넘어 사람에게 치명적인 광견병 확산과도 연결돼 있다"며 "개 식용을 하지 않는 시민들까지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개 도살장에서 사용되던 도살 도구들(단체 제공) ⓒ 뉴스1

NTT주는 인도네시아에서도 개고기 소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에서 포획된 개들이 밀매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중보건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 지역의 2025년 사람의 광견병 확진 사례는 78건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폐쇄 조치로 생업 전환 지원을 받은 도살장 운영자 페트루스 볼리(Petrus Boly)는 "지난 15년 이상 동안 내 손에 희생된 수천 마리의 개를 생각하면 매우 슬프다"며 "이제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볼리씨에게서 개고기를 공급받아 식당을 운영해 온 아킴(Akim)씨는 "2023년 쿠팡섬에서 광견병이 크게 확산한 이후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가족들도 감염 위험을 우려해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기를 오래전부터 바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편의점 운영과 건축 자재 판매 등으로 생업을 전환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개 도살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단체 제공) ⓒ 뉴스1
이상경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캠페인 팀장이 인도네시아 개 도살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단체 제공). ⓒ 뉴스1

구조된 개 10마리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검진과 격리를 받고 있다. 이후 서자바 보고르에 위치한 JAAN 보호소로 이동해 치료와 회복을 거친 뒤 현지 입양 가정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인도네시아에서 개와 고양이 식용 종식을 목표로 활동하는 'Dog Meat Free Indonesia' 연합의 창립 멤버다. 동물 구조와 광견병 백신 접종, 생계 전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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