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존폐 논쟁 속 '檢 고발요청권' 운명은
전속고발권 견제 장치로 도입…설탕·교복 담합 수사
경찰·중수청 이관 가능성…수사력 공백 우려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또는 확대'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제도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발요청권 제도가 유지되더라도 검찰총장이 아닌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정거래 사건 수사 경험이 부족한 기관이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29조 3항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고발을 오직 공정위만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기업 봐주기' 논란이 계속되자,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 검찰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사건의 경우 공정위 조사보다 검찰 수사가 먼저 진행되거나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쥐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공정위에 CJ제일제당, 대상, 사조CPK, 삼양사 등 4개 법인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이들 업체의 전분당 담합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이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생필품 담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기조에 따라 이어진 수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초 5조 원대 밀가루 담합, 3조 원대 설탕 담합 사건을 수사해 관련 임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교복값 잡기' 정책의 계기가 된 '광주 교복 대규모 입찰 담합' 사건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 뒤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당시 부장검사 최순호)는 총 45개 업체가 2021년부터 3년간 160억 원대의 입찰 담합 행위를 한 정황을 수사한 뒤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업체 운영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검찰개혁'으로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공소청·중수청 법안이 입법예고 단계에 접어들면서, 검찰총장 고발요청권의 향후 역할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총장에게 고발요청권이 부여된 것은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역시 공정위가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도록 규정하며 이런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오는 10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경찰과 중수청으로 넘어가면 이 전제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도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은 상대적으로 논의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언급하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무분별한 형사 고발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에 전면 폐지 대신 지방자치단체 등 일부 기관으로 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며 논의가 복잡해진 상태다.
만약 전속고발권이 현행대로 유지되거나 일부 기관으로만 확대될 경우 고발요청권 제도 역시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권한은 검찰총장이 아닌 경찰이나 중수청 등 수사기관으로 이관될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유력하다.
고발요청권과 함께 공정거래 사건 수사 역량이 이어질 수 있는지도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 사건은 행위만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의도와 목적,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리 판단이 매우 까다롭다"며 "수사권을 넘겨받을 기관에서 수사력을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수사 노하우, 공정위와의 협력 경험이 있는데 중수청으로 가겠다는 검사는 거의 없어 수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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