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권고 대신 버텼다…브루셀라 구조견들, 8개월 격리 속 희망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봉사…PCR 검사 전원 음성
번식장 관리 부실 여파…의료봉사로 건강 확인

경기 성남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엘씨케이디에서 보호 중인 개(강아지). 지난해 인천 강화군 소재 번식장에서 구조된 후 브루셀라 양성 판정을 받고 현재 격리 보호 중이다(LCKD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번식장 관리 부실로 인한 브루셀라 감염으로 구조된 개들과 이를 돌보는 보호단체가 수개월째 격리와 치료 부담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치료와 관리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에도 감염 이력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입양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케이지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다.

20일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최근 경기 성남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엘씨케이디(LCKD)를 방문해 브루셀라 양성 구조견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등 정밀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항체 양성 개체 13마리를 대상으로 브루셀라 PCR 검사도 진행했다. 봉사는 정인성 대표원장과 유용규 외과원장, 소상재 수의사가 참여했다.

정인성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엘씨케이디에서 수의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LCKD 제공). ⓒ 뉴스1

이번 봉사 대상이 된 개들은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의 한 합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이다. 해당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 가운데 100마리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인 브루셀라병 양성 판정을 받았다. LCKD가 구조한 25마리 중에서도 16마리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루셀라병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될 수 있는 법정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개에서는 불임, 유산, 생식기 질환 등을 유발하며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발열, 관절통,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 우려도 있지만 중성화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면 전염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염 이후의 치료와 격리 부담은 구조 단체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LCKD는 구조 직후 방역 장비를 긴급히 구입하고 쉼터 전체를 소독했다. 양성과 음성 개체를 분리해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격리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브루셀라 치료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지난 1월까지 5차 검사와 치료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13마리가 양성으로 분류돼 격리 상태다. 매달 격리 보호와 치료 관리에만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면서 단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격리 공간 부족으로 추가 구조활동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번식장의 관리 부실로 시작된 감염의 대가를 아무 잘못 없는 동물들이 모두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된 개들은 브루셀라 감염만 아니라면 곧바로 입양이 가능할 만큼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 8개월 넘게 케이지 안에서 격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LCKD에서 브루셀라 양성 판정을 받은 개들을 격리 보호하는 모습(LCKD 제공) ⓒ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한 '반려동물 브루셀라병 발생 시 방역관리 요령'을 보면 양성 동물은 항생제 치료와 중성화 수술 후 30~60일 간격으로 실시한 검사에서 2회 연속 음성이 확인돼야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 보호자가 희망할 경우 안락사 조치도 가능하지만 치료와 격리를 통해 관리하는 것도 허용된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항체 검사는 과거 또는 현재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 있는지를 보는 검사다. 즉 실제 전염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LCKD 검사에서는 항체 양성으로 분류된 13마리 모두 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 브루셀라 키트 검사에서도 3마리는 음성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은 현재 검사 시점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전염 위험이 낮은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며 "다만 브루셀라는 완전한 제거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루셀라는 완치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질 경우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개월 동안 격리 보호를 이어오며 활동가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의료봉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비록 방역 지침상 즉시 격리 해제가 가능한 단계는 아니지만 PCR 검사까지 진행해 관리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용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LCKD에서 수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LCKD 제공). ⓒ 뉴스1

두선애 LCKD 대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법정 전염병임에도 국가의 지원은 없었고 돌아온 것은 안락사 권고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번식장과 경매장, 펫샵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검사와 단속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로 인해 또 다른 감염과 피해는 반복되고 그 피해는 결국 아무 잘못 없는 동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동물들은 우리가 아는 다른 반려동물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친구들"이라며 "사람의 손길과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피펫]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 소재 번식장에서 구조된 후 브루셀라 양성 판정으로 격리 중인 보호견들(LCKD 제공) ⓒ 뉴스1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