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 폭등 배경에 10조대 '장기 담합'…52명 줄기소(종합)
서민물가'설탕·밀가루·전기' 담합 총 9조 9404억 규모
검찰, 담합 범죄 법정형 상향·유관기관 협조 등 정책 제언
- 김기성 기자,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정윤미 기자 = 밀가루·설탕·전기 업체들이 수년간 총 10조 원에 가까운 대규모 담합 행위를 벌여 물가 상승을 초래한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02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각 사건의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을 포함한 총 52명(법인 16곳·개인 36명)에 대해 6명을 구속, 46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국내 밀가루 담합 사건을 수사해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20명(개인 14명·법인 6곳)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업체들은 2019년 말부터 담합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5년 9개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와 변도 폭, 그 시기 등을 합의해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총 5조 9913억 원 규모 담합 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범행기간 중 밀가루 가격은 담합 전 대비 최고 42.4%까지 인상됐고, 상승세가 주춤해진 이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제분사 중 시장점유율 75%를 보유한 주요 3개 사가 우선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하고 이를 다른 4개 사에 전달해 가격 인상 구조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가령 이들 업체는 제품 가격 1500원 인상을 할 경우, 우선 목표 인상 가격 보다 높게 제과사 등 실수요처에 인상액을 통보하고 최종적으로 목표 인상 가격으로 재차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조정폭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3사는 B2B(기업 대 기업) 거래 과정에서 대리점에 납품하는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이후 제과사 등 대형 실수요처 입찰 과정에서 다시 한번 대리점 납품가격을 기준으로 인상 폭을 합의하기도 했다.
검찰은 제분 업체들의 부당이득액 산정을 위해 밀가루 가격 변동 폭을 모두 이득액으로 계산하는 방식, 원자재인 원맥 가격과 밀가루 제품 가격의 차액을 계산하는 방식 등 총 네 가지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문제 업체들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밀가루 담합 부당이득액은 약 1070억 원,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집계할 경우 3124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매출액의 15%를 부당이득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들 업체의 담합 부당 이득액은 89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 11월 설탕 시장을 90% 이상 과점하는 업계 1위 CJ제일제당, 업계 2위 삼양사를 포함한 제당업체 3곳의 가격담합 행위도 적발해 대표급 임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세 제당 업체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4년 2개월 동안 가격 변동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총 담합 규모는 3조 2715억 원으로, 범행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보다 최고 66.7% 상승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세 차례에 걸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사건을 넘겨받아 대표급 지난해 11월 임원 2명 구속, 11명(법인 2곳 포함)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제당업체들은 원당 가격 하락, 환율 인하 상황에서 제품가격을 보다 늦고 적게 인하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기업 10곳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법인 10곳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7년 6개월 동안 GIS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업체별 낙찰 건을 합의하고, 납품 결정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도록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총 담합규모는 6776억 원으로 추산되며, 업체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최소 1600여억 원에 달한다.
검찰이 지난 5개월 동안 파악한 담합 규모는 밀가루 5조 9913억 원, 설탕 3조 2715억 원, 한전 입찰 담합 6776억 원으로 총 9조 9404억원 규모다.
검찰은 담합 사건 근절을 위해 세계적인 담합 사건 엄벌 추세 등을 고려해 법정형을 상향하고 담합 자진신고 정보에 대해 유관기관 간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설탕 담합은 세 번째, 밀가루 담합은 두 번째로 동일한 패턴으로 적발됐다. 과거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으로, 검찰에서는 벌금으로 처분하는 방식으로 처분이 이뤄져 현실적으로 뿌리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 경쟁 당국의 추세"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위반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미국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100만 달러(약 14억 2000만 원) 이하 벌금, 캐나다는 징역 14년 이하 또는 벌금(무제한)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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