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병기 부인 법카 의혹' 부실수사 논란 확산…잇따른 증거인멸 정황

경찰, '업무상 횡령' 내사 종결…"추가 사항 확인 안 했나" 지적
김 의원 측근 등 최근 텔레그램 재가입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5.12.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김종훈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 중인 가운데, 2024년 8월 김 의원 아내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것을 두고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9일 오후 이 사건 관련 김 의원과 수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A 의원, 당시 동작경찰서장과 수사팀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시민단체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추가 범죄 정황이나 증거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김 의원 등을 직권남용, 직무 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관계자를 소환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024년 8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은 김 의원의 아내 이 모 씨와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 조 모 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을 내렸다.

조 씨는 2022년 7월 12일부터 9월 20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와 동작구 소재 여러 식당에서 일곱 차례 이 씨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동작구의회 법인카드를 주거나 선결제하는 방법으로 총 식대 159만 1500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이를 공여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불입건 결정 통지서를 통해 △조 씨가 현안 업무추진을 위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는 진술이 있는 점 △오래전 일로 식당의 폐쇄회로(CC)TV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국회의원 배우자 등 제3자가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법인카드는 부의장 외에 다른 의원들도 의정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례, 규칙에서 확인된 점', '당시 이 씨는 피부과의원 진료를 받은 것이 확인된 점' 등을 들어 이 씨 등 제3자에게 법인카드가 제공됐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등에는 법인카드를 부의장 외 다른 의원들도 의정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지방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정의한다.

반면 부의장 외 다른 의원들도 의정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구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후 관련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재차 경찰에 접수됐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경찰에서는 김 의원을 둘러싼 다른 의혹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더뎌지는 사이 핵심 관계자들이 메신저를 탈퇴한 후 재입하거나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들이 계속 나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필요한 증거 확보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실에서 약 10년 동안 근무 중인 수행비서 B 씨는 지난 5일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전 보좌진 C 씨는 지난해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편입 및 취업 청탁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여러 증거를 가지고 있을 인물로 B 씨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선우 무소속 의원. (뉴스1 DB)2025.12.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앞서 김 의원과 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에서 강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김경 서울시의원이 메신저를 재가입하거나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증거인멸에 나선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텔레그램은 탈퇴하게 될 경우 기존 대화 메시지와 사진, 파일 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B 씨와 김 시의원 등이 메시지를 영구 삭제하기 위해 기존 계정을 탈퇴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러한 정황을 두고 경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전날 김 시의원에 대한 통신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로부터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통신 기록의 경우 보관 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강 의원과 공천 헌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2022년 지방선거 직전의 두 사람 간 전화 통화 등은 사실상 확보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