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속 울린 제야의 종…시민들 입 모아 "가족 건강하길"(종합)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반려견 건강 소원한 이들도
많은 인파에 경찰 3000여명 배치…사고 없이 행사 마무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타종을 지켜보며 2026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2026.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김종훈 기자 = "5! 4! 3! 2! 1! 와~!"

2026년 1월 1일.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 서울 보신각 일대에 모인 군중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서울시는 전날 10시 50분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식전공연, 타종 인사 및 내빈 소개, 카운트다운, 타종, 식후 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 시민들은 따뜻하고 소박한 기대감을 안고 초저녁부터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아이와 다섯 살 아들과 함께 보신각 주변을 구경하던 박은희 씨(39·여)는 아이와 함께 노트에 "우리 가족 서로 사랑하게 해달라"는 새해 소원을 적었다고 말했다.

제주에 거주한다고 밝힌 조영선 씨(53)는 내년이라고 딱히 달라질 게 없다면서도 "(새해에는) 용산이나 서울역에 노숙자들에게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 시작을 보내는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려견 '호두'와 보신각을 방문한 조하림 씨(34·여)는 "내년에도 다들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후 8시쯤이 되자 타종 행사 준비를 위해 통제됐던 구역들이 열리면서 자리 잡기 경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뛰지 말고 천천히 이동을 부탁드린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기온은 더 낮아졌지만 보신각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행렬은 더 길어졌다. 행사가 시작되자 보신각 전면 종로1가 사거리 교차로는 인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았다.

낮은 기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지만 시민들은 털장갑, 털모자, 마스크, 핫팩 등으로 중무장하고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보신각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내, 초등학생 아들·딸들과 함께 보신각을 찾은 조상근 씨(54)는 가족들과 함께 담요를 둘러 덮고 있었다. 조 씨는 "(올해) 여행을 가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내년에는 쾌차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가족들과 같이 타종 행사를 보러 왔다는 박준서 씨(32)도 "가족들 모두 안 아프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보신각 일대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인력 3063명을 배치했다. 다행히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행사 중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인파 관리를 위한 차량 통제도 이뤄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보신각 일대 3개 도로(종로·우정국로·청계북로)의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차량 운행은 1일 7시 재개될 방침이다.

한편, 이날 타종 행사에서는 가수 션과 양희은, 베스트셀러 작가 정세랑을 비롯해 △인천 생명의 전화 상담 봉사자 △등굣길 학생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누어주는 베이커리 대표 △장애가족을 돌보면서도 15년간 도시락 배달 등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자원봉사자 △심폐소생술로 승객과 행인을 두 차례 구조한 버스기사 등이 참여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