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도, 3만명도 아니다"…추계위가 의사 부족 숫자를 고정하지 않은 이유
특정 부족 규모 확정 안하기로 이미 합의…최소~최대 범위로 추계
의사 수요·공급 추계, 의료이용·은퇴·이탈 변수 분리 반영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의사 부족 규모를 '단일 숫자'로 확정하지 않기로 한 내부 원칙을 이미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부족 규모를 '1만 명' 또는 '3만 명'처럼 하나의 숫자로 제시하기보다, 수요·공급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 범위(range) 형태로 결과를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이미 이달 열린 회의에서 수요·공급 추계 결과를 최소수요–최대수요, 최소공급–최대공급을 교차한 범위로 제시하는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단일 수치가 정책적 '정답'처럼 소비되거나, 의대 정원 논쟁의 결론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료계 등에서는 추계위가 2040년 의사 부족을 1만 명대 또는 최대 3만 명대로 '결론 내렸다'는 해석이 이어졌지만, 실제 위원회 내부 논의는 이와는 달랐다는 설명이다. 위원들은 특정 숫자가 독립적인 정책 근거처럼 사용되며 논쟁을 촉발했던 과거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계위 내부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제시된 '2035년 의사 1만 5000명 부족'이라는 단일 수치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쟁으로 직결된 전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급 추계 결과가 다양한 가정과 불확실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하나의 결론처럼 소비됐다는 이유에서다.
추계위는 스스로를 정책 결정을 대신하는 기구가 아니라, 정책 판단에 필요한 근거 범위를 제시하는 기술·전문 위원회로 규정하고 있다. 추계위 관계자는 "특정 숫자를 결론처럼 제시하는 것은 위원회 논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부족한 규모는 여러 가정의 조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범위로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숫자를 고정하는 순간 추계위가 정책 결정 주체처럼 비칠 수 있어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계위는 수요와 공급을 각각 하나의 값으로 제시하지 않고, 여러 가정을 조합한 시나리오 결과를 동시에 제시하는 방식을 회의 초반에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수요 추계에서 의료 이용량 기준과 1인당 이용량 기준을 병행하고, 공급 추계에서는 은퇴 연령, 근무일수, 임상 이탈률 등의 변수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변화, 진료지원인력(PA) 활용, 지역의사제 등 정책 변수는 기본 가정이 아닌 별도 시나리오로 반영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 부족 규모를 몇 명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제시하는 대신 △수요가 가장 낮게 가정되는 경우 △수요가 가장 높게 가정되는 경우 △공급이 가장 보수적으로 산정되는 경우 △공급이 가장 완화적으로 산정되는 경우 등 조합에서 나타나는 범위 전체를 정책 판단 자료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추계위는 ARIMA, ARIMAX 등 시계열 분석 모형과 조성법(인구 구조 반영 모형)을 병행 검토하고 있다. 의료 이용 증가 추세를 어디까지 미래로 연장할지, 생산성 변화 요소를 기본 모형에 포함할지 여부 등을 두고 위원 간 이견도 남아 있다. 다만 단일 모형이나 단일 가정에 추계를 의존하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추계위 내부에서는 결론을 서두르기 보다는 추계 과정의 신뢰성과 설명력을 높이는데 집중하자는 쪽으로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위원회는 수요·공급 산식 검증을 담당하는 소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원자료와 가정의 타당성을 먼저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숫자를 신속히 제시하기보다, 추계 과정 자체의 신뢰성과 설명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추계위는 30일 열리는 추가 회의에서 수요·공급 추계 결과를 정리한 뒤, 범위 형태의 결과를 논의할 계획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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