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수가 경배 영상 보내와"…한학자 총재 자서전 읽어보니

정치권 관련 조직 직접 창설…"현직 군수가 '경배' 영상 보내"
윤영호 종교적 계시 받아 총애…해저터널은 "우리시대 최후의 과제"

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나오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9.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최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전방위적인 정관계 로비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의 자서전에 담긴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총재의 자서전을 들고 지인들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스1은 21일 한 총재의 자서전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는 평화의 어머니'를 입수해 통일교가 추구하는 목표와 최근 논란이 된 정치권 유착 배경, 그리고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 등을 분석했다.

"하늘이 예비한 평화의 참어머니자 독생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교단의 종교적 상징으로서 자신의 '성스러움'을 보여주는 데 있다. 한 총재는 스스로를 '하늘이 예비하신 평화의 어머니 독생녀'라고 지칭하며 메시아적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예수 사후 2000년이 지나 한민족이 신으로부터 간택받았고 자신과 고인이 된 문선명 통일교 초대 총재가 독생자, 독생녀로 한반도에 태어나게 됐으며 자신들이 세계를 구원하고 인류를 사랑으로 이끄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가문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며 생전에 모친이 '아들이거든 우주의 왕이 될 것이요, 딸이거든 우주의 여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자신을 출산했다고 기록했다.

한 총재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나는 특출나게 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하나님과 늘 교감하면서 자랐다"라며 "장차 우주의 어머니로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계시를 받고 있었다"고 적었다.

책에는 성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봉사를 하고 빈민들을 구제하며 평화 활동을 벌인 것들을 연이어 담아두었다. 특히 문 총재 사후에도 교세를 확장하고, 교단 내에 다수의 조직을 만들어 평화 이념을 확산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치권·지자체 꾸준히 접촉…현직 군수가 '경배' 영상 보내오기도

책에는 통일교 교단의 목적이 종교 중심의 '천일국(天一國)'을 실현하는 것임이 자연스레 드러나 있다. 특히 한 총재는 2012년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사망에 대해 "참아버님 성화 당시 천상을 향해 떠나시는 길을 국가 단위에서 배웅하지 못했다"라며 "나는 참아버님께 올리는 성물로 7개 국가를 복귀해 새로운 천일국을 열겠다고 언약했다"고 밝혔다.

그런 배경에서 통일교는 국내외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등에 꾸준히 접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서도 한 총재는 세계 평화를 위해 민의를 전하는 국회의원들을 한자리에 모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직접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IAPP는 최근 통일교가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고 금품을 제공한 창구 역할을 했다고 지적을 받는 단체다. 앞서 지난 2022년 아베 신조 총리 피격 사건으로 불거진 일본 내 통일교 게이트 사건 당시 일본 의원 다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단체가 바로 IAPP다.

또 한 총재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했으며 이런 행사들에 지자체장들도 참석했다고 적었다. 그는 "충청도에서는 도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삼일절 100주년 기념과 한일 간 화합전진대회'를 열었다"고 적기도 했다.

이어 전남의 A군에서는 '아기 탄생 참가정 희망전진대회'를 열고 축복을 내렸는데 행사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세 쌍이 쌍둥이를 낳았다며 이에 감복한 현직 군수가 자신을 경배하는 영상을 촬영해 보내왔다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한 총재는 책에서 "현직 군수가 오늘날과 같은 인구절벽 시대에 가정연합의 축복식이야말로 나라를 살리는 진정한 애국이라면서 지자체를 책임진 입장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경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전해왔다"고 밝혔다.

책에 언급된 군수는 "과거 통일교 행사에 연락을 받고 참석한 적은 있다"라면서도 "영상을 보냈다는 것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가평 통일교 서지 '천정궁' 모 2025.1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영호가 문선명 계시 받아와…"아들보다 더 총애해"

책에는 최근 정치권 로비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내용도 언급된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내에서 정치인들과 접촉하며 금품 공여를 담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 교단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불법적인 금품을 제공했다고 증언한 당사자다.

한 총재의 책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핵심 인사로 급부상하게 됐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책은 윤 전 본부장이 세계본부 사무총장이던 2017년 이미 2012년 사망한 문선명 총재로부터 '계시'를 받고 "금으로 된 열쇠 세 개를 전달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종교적 체험을 계기로 한 총재의 눈에 띄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한 통일교 관련자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을 아들 이상 총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선 직접 거론되지 않지만 세 개의 황금 열쇠는 아프리카 세 개국(세네갈,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통일교 교단의 부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특검은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에게 지시해 세네갈 정치권에 선거 자금을 지원한 것을 횡령으로 보고 기소하기도 했다.

해저터널 목맨 이유는…세계 평화 위한 "최후의 과제"

더불어 책에서는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고집해온 이유도 설명이 돼 있다. 경찰은 현재 통일교가 현안 해결을 위해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공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현안이 해저터널이다.

책에서 한 총재는 한·일 해저터널을 "인류를 위한 중요한 과업"이라며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이뤄야 할 최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지구의 모든 땅을 하나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평화의 길을 짓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미국-러시아 사이의 베링해와 한·일 사이의 현해탄으로 꼽았다.

이어 한 총재는 "해저터널을 뚫으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우뚝 올라선다"라며 "갈등과 반목에 발목이 잡혔던 두 나라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화해의 계기도 될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 통일교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세계평화고속도로' 사업을 1981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 사이를 잇는 베링해협 터널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