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불만은 자영업자가"…'컵 따로 계산제'에 자영업자·시민 '우려'

카페 일회용컵 돈 낸다…"텀블러 손님 100명 중 1명"
2027년 전후 도입 전망…"정책 정교하게 설계해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 있다. 2022.3.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으로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테이크아웃)할 때 컵 비용을 추가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를 들고 나왔다. 현장에서는 '자영업자와 시민 불편만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컵 따로 계산제'는 매장 안에서는 다회용 컵을 쓰고, 매장 밖으로 가져갈 때 일회용 컵을 선택하면 음료 가격과 분리해 받는 방식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무상으로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일회용품보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라고 밝혔다.

18일 뉴스1이 만난 자영업자와 시민들은 정부의 대책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제도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이 소비자의 불만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20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최 모 씨는 "2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회용품 대책이 나왔지만 실제로 된 것이 뭐가 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최 씨는 "개인 텀블러에 테이크아웃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 정도"라면서 "100원 200원 더 받는 것은 자영업자 몫인데 이런 대책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로구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 매장을 3년째 운영 중인 박 모 씨도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컵값을 추가로 받으라는 건데 손님들의 불만은 자영업자가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라에서 하라면 해야겠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한숨 쉬었다. 박 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판매한 60여 건의 포장 주문 중 텀블러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직장인 김 모 씨(29·남)는 "선물로 받은 텀블러가 집에 5개는 있지만 설거지도 그렇고 번거로워 잘 들고 나오지 않는다"면서 "100원 200원 더 낸다고 (텀블러를) 들고 다닐 것 같지도 않지만 내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정 모 씨(25·여)는 출근할 때마다 개인 텀블러를 챙긴다. 허나 정 씨는 카페가 아닌 회사 탕비실 커피머신을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매일 나가는 커피 값이 부담돼서다. 정 씨는 "환경 보호 때문이라기보다는 물가가 비싸서 밖에서 잘 사 먹지 않는다"며 "만약 컵값을 따로 받으면 몇백 원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컵 따로 계산제의 도입은 2027년 전후로 예상된다. 현행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업계에서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세부 내용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책 실효성을 위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책을 시행했을 때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일회용품 컵값을 추가로 받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이어 "소비자의 경제력이나 지역별 특성 등을 정교하게 분석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