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비반려인 모두 웃었다…중랑구의 생활밀착형 동물복지
[인터뷰]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동물복지과' 신설로 '행정 모델' 구축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서울 중랑구가 '동물복지 행정'의 선도 자치구로 부상하고 있다. 중랑구는 올해 서울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동물복지과'를 신설해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정책을 체계화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복지는 반려가족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비반려인 모두의 문제"라며 "이제 동물복지는 일부의 이슈가 아니라 중랑구 전체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전담 조직과 인력, 예산이 뒷받침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신설 배경을 밝혔다.
8일 구에 따르면, 중랑구 동물복지 행정은 처음 '팀'에서 출발했다. 업무가 늘면서 팀을 두 개로 확대했고, 결국 하나의 '과'로 독립시켰다.
류 청장은 "과 단위 조직이 돼야 독립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며 "동물복지과를 만든 덕분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교육, 민관 협력, 중장기 계획 수립이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중랑구는 동물복지과 신설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반려가족 쉼터 조성을 꼽는다. 재개발 구역이 많고 주거 밀도가 높은 지역 특성상,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이 잦았던 곳이기도 하다.
취임 초기 봉화산 인근 넓은 광장에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하려 했지만, 인근 주민들이 냄새·소음·안전 문제를 이유로 집단 반대 서명을 내면서 계획이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이후 구는 주택가와 거리를 둔 중랑천 주변과 근교 산자락 등으로 후보지를 옮겨 현재 반려가족 쉼터 3곳을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옹기테마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신규 조성할 예정이다. 초반에 격렬했던 반대 민원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고,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류 청장은 "반려동물 가족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게 인프라"라며 "집 안에서 잘 돌보는 건 보호자의 몫이지만, 밖에서 건강하게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내 공간은 행정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배변 관리 인프라도 중랑구 동물복지 행정의 한 축이다. 그동안은 배변봉투 비치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반려견 배변 수거함'을 별도로 설치해 주민 불편을 줄였다.
류 청장은 "산책할 때 배변봉투를 들고 다니는 불편이 있었는데, 수거함을 설치하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 수거함은 현재 쉼터별로 설치돼 있다. 구는 내년에 설치 수를 두 배로 늘려 주요 산책로에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작아 보이는 정책이지만, 반려인에게는 편리함을, 비반려인에게는 위생과 쾌적함을 주는 모두를 위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중랑구는 유기동물·길고양이 응급치료를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몇 안 되는 자치구다. 해마다 연초에 예산이 거의 소진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보호자가 없는 동물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각지대'에 머문다. 이 예산이 곧 생존 여부를 가르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구는 사고나 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유기·유실동물과 길고양이에 관해 관내 24시간 운영 동물병원과 협력해 응급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류 청장은 "보호자가 없는 동물은 공공이 나서지 않으면 아파도 치료받지 못한다"며 "동물복지를 말하려면 가장 먼저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부터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랑구의 또 다른 특징은 재개발·재건축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공사 과정에서 길고양이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구는 공공이 직접 나서 생태통로 설치와 급식소 순차 이동이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공사 초기 길고양이가 중장비와 소음, 인적 이동을 피해 주변 안전지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이동·대피 통로를 확보한다. 기존 급식소는 공사 단계에 맞춰 조금씩 위치를 옮겨가며 길고양이의 이동 동선을 정리해 나간다.
류 청장은 "고양이 보호활동가와 주민이 장소와 운영 방식을 협의하고, 행정이 그사이를 조율해 상생 지점을 찾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랑구 동물복지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생명존중·공존 교육이다.
류 청장은 "생명존중 문화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인간의 인성교육,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와도 깊이 연결된 주제"라며 "동물의 생명, 인간의 생명, 자연의 가치가 다 연결돼 있다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과도 주민 대상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생명존중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한 김재영 중랑구 동물복지위원장은 "교육을 통해 문화가 바뀐다"며 "중랑구는 원헬스(One Health)를 넘어 원웰페어(One Welfare)로 개념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청장도 "동물복지는 곧 인간복지"라며 "동물만 보는 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인간과 공동체까지 함께 보는 넓은 개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을 인간의 종속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같이 살아가는 지구라는 관점으로 바꾸려면, 계획과 재정, 민관 협력이 함께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류 청장은 서울시 행정국장 근무 시절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직접 담당 국장은 아니었지만, 방류 과정을 지켜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류 청장은 제돌이 방류를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동물의 권리로 인식을 확장하게 만든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돌고래 한 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었고, 돌고래 쇼도 중단됐다"며 "당시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의문과 반대도 컸지만, 결국 '돌고래도 생명이지, 맞다'라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민간이 아니라 공공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이 먼저 기준을 바꾸면 사회의 인식도 따라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고 전했다.
중랑구는 내년에도 반려견 놀이터와 배변수거함 추가 설치, 유기동물 응급진료 지원, 길고양이 보호체계 고도화, 생명존중 교육 확대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류 청장은 "동물복지는 도시의 품질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중랑구가 서울과 전국에서 모범이 되는 동물복지 도시, 원웰페어 도시로 자리 잡도록 꾸준히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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