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 회피, 15년 함께 산 남편 죽자…"제가 며느리" 숨겨둔 여성 등장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15년간 혼인신고를 미루던 남편이 숨지자, 시부모는 돌연 자신들의 식당 직원인 외국인 여성을 '진짜 며느리'라고 주장했다. 남편과 시부모가 15년간 숨긴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50대 여성 A 씨는 15년 전 4살 연상 남편과 결혼 준비를 하던 중 갈등을 빚었다고 떠올렸다.
A 씨는 "남편이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자신 없다'고 하길래 파혼하자고 하니, 다음 날 사과해서 넘어갔다. 평소 남편의 우유부단함이 걱정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결혼식 당일까지도 한숨을 푹푹 쉬며 '내가 잘하는 걸까'라며 혼잣말했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결혼식은 무사히 치렀으나 고민 끝에 혼인 신고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신혼 초 분양받은 신혼집 공사가 지연되면서 A 씨 부부는 한동안 시댁에서 살았다며 "시부모는 아들보다 어린 저를 아니꼽게 생각하셨다. 표정, 말투부터 젓가락질하는 방법까지 꼬투리를 잡았다. 그때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가 쌓인 A 씨는 결국 여러 차례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시어머니는 "밭(자궁)이 안 좋으니까 애가 들어서도 잘 자라겠냐?"며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A 씨는 "독립한 뒤에도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전화로 제 욕을 했다. 그러자 남편이 먼저 '부모님과 안 보고 지내겠다'면서 딱 연락을 끊었다. 명절이나 생신 때도 찾아뵙지 않았고, 남편은 '우리 가족은 이제 너하고 나, 둘뿐'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혼인 신고는 계속 미뤄졌다며 "남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15년 정도 함께 살아서 사실혼 관계라서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지난해 겨울, 함께 산책하던 남편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 씨는 "시부모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는 남편 휴대전화부터 찾았다. 저보고 집에 가 있으라고, 장례식장 정해지면 연락한다고 하길래 집으로 돌아왔다"라며 "몇 시간 뒤 시부모가 연락받지 않아서 병원으로 갔는데 남편의 시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황이었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시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외국인 여성 직원에게 '내가 이 집 며느리인데 사장님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근데 이 직원이 당황하면서 '제가 며느리인데요? 애도 둘이나 있다'고 하더라. 잠시 후 시부모가 와서는 저를 영업방해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토로했다.
A 씨가 자초지종을 묻자, 시어머니는 "우리는 너랑 아들이 10년 전에 끝난 줄 알았다"라며 "너는 애도 없으니 며느리 아니다. 애 있는 얘(외국인 직원)가 진짜 며느리"라고 주장했다.
A 씨는 "남편 휴대전화라도 열어서 뭐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시부모님이 가져가 버렸다. 돌이켜보면 남편이 외박한 적도 거의 없고, 조금 늦게 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라며 "단지 7~8년 전 제가 입원했을 때 2주 동안 바쁘다길래 못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라고 답답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남편과 시부모의 은폐와 기만에 A 씨가 피해를 본 것"이라며 "남편이 겉으로는 되게 가정적인 남자인 척하고, 사실 A 씨를 기만한 교활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이중생활을 해왔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A 씨에겐 사실혼이었다는 증거가 있고, 외국인 여성 역시 피해자일 수도 있다. 너무 안타까운 건 사실에 관해 물을 남편이 없다는 거다. 얼마나 배신감 느끼고 속상하겠냐. 그래도 사실혼이라는 게 증명돼서 손해배상을 받길 바란다"고 A 씨를 위로했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