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펜션서 장기 투숙 신혼부부 '550만원 먹튀'…"축의금도 냈는데" 분통

(JTBC '사건반장' 갈무리)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제주의 한 펜션에서 1년 넘게 장기 투숙한 신혼부부가 숙박비, 예식비, 출장 뷔페 비용 등을 지불하지 않고 사라졌다는 제보가 전해졌다.

제주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A 씨는 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씨는 지난해 9월 펜션을 인수했다. 펜션에는 오랫동안 투숙을 하는 커플이 있었다.

남성은 울산에서 셀프 세차장을 하고 있다고 했고, 여성은 간호사였는데 불면증이 심하다고 했다. 이들은 제주에서 땅과 건물을 구매했고, 카페와 펜션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한 달살이를 계획하고 왔지만 오래 머물게 됐고, 숙박비는 1~2주 비용을 한꺼번에 내는 식으로 지불했다.

A 씨는 이들과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낚시 갔다 오는 날이면 잡은 물고기를 주기도 하고 요리한 음식을 나누면서 잘 지냈다.

커플은 고가의 미국산 전기차를 몰고 다니기도 했고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오면 자주 바꿨다.

A 씨는 "궁금한 게 있긴 했지만 사실 개인 생활이기 때문에 묻기도 그렇고 숙박비만 잘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숙박비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100만~200만 원씩 밀리다가도 간헐적으로 50만~100만 원씩 갚았다.

지난 4월에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청첩장을 보냈고, A 씨는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을 두둑이 냈다.

그런데 결혼식 이후 숙박비가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밀린 숙박비가 300만 원을 훌쩍 넘어간 상황에 A 씨가 "언제 낼 거냐"고 물으면 "아내 불면증이 안 나아서 카페를 팔고 다시 울산으로 가려고 한다. 곧 돈이 들어온다"라고 답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또 재촉하면 "세금 때문에 계좌가 막혔다. 세무서 가서 알아보는 중이다. 지금 은행에 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9월에는 "전산망 화재로 처리가 늦어진다"는 변명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항상 주차되어 있던 테슬라 차량이 언제부터인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이들이 머물던 방을 확인하자 짐이 싹 다 정리된 채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부부가 머물던 방 침구류도 엉망으로 되어 있었다.

화가 난 A 씨가 연락하자 "미안하다. 입금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는 입금은커녕 연락까지 끊긴 상태다.

피해자는 펜션 사장인 A 씨뿐만 아니었다. 웨딩 업체, 출장 뷔페 사장도 똑같은 피해를 봤다.

펜션 숙박비는 340만 원가량이 밀려 있고, 웨딩 업체 110만 원, 출장 뷔페 업체 100만 원 등 피해 금액은 총 55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경찰로부터 형사상 사기 혐의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