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구속수사 재촉한 이종섭…尹, 체포영장 기각에 후속조치 지시

박정훈 수사외압 폭로하자 尹 체포 지시 하달돼
박정훈 체포영장 청구·발부여부 상황 尹에 실시간 보고되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 2025.11.19/뉴스1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국방부검찰단에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현 국방부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의 구속수사를 재촉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박 대령의 체포영장 청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뉴스1>이 확보한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의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21일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혐의자 12명을 기소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육군 준장·직무배제)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 이 모 씨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2023년 8월 4일부터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과정에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2023년 8월 5일부터 김 단장에게 박 대령의 구속수사를 재촉했다.

이 전 장관은 같은달 8일 김 단장에게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박 대령 수사 경과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김 단장은 같은날 임 비서관에게 '박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으로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가 하달됐음에도 위반한 것이 맞다"는 등 수사 정보를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박 대령의 체포를 직접 지시한 시점은 박 대령이 언론에 나와 수사외압을 폭로한 직후부터였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11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국방부 장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통해 이첩 내용을 변경하려고 했다'며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무렵 김 단장은 부하 군검사인 김민정 중령과 염보현 소령에게 혐의 소명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박 대령에게 적용한 죄명을 집단항명수괴에서 항명으로 바꾼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박 대령의 의혹 제기 이후 여론 악화하는 상황에서 2023년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시원 당시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박 대령에 대한 징계 등 신속 조치가 어렵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같은해 8월 14일 오전 10시 9분, 10시 17분 이 전 비서관을 통해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 전 장관에게 연락해 '박 대령이 수사외압을 주장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으니 박 대령의 체포영장 청구하라'는 지시를 보냈다.

이 전 장관은 같은날 오전 두 차례에 걸쳐 김 단장에게 전화해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지시했다. 이에 김 단장은 염 소령에게 사전구속영장청구서 작성을 멈추게 한 뒤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을 기반으로 체포영장 청구서를, 김 중령에게 박 대령에 대한 실시간 위치 추적용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허가서를 청구하도록 지시했다. 박 대령의 체포영장은 같은날 오후 2시쯤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청구됐다.

이날 체포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는 모두 윤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이 전 장관은 김 단장에게 직접 또는 박 전 보좌관을 통해 김 단장에게 1차 체포영장이 청구된 8월 14일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9시 35분쯤까지 박 대령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지속 확인하는 한편, 총 5회에 걸쳐 이시원 전 비서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 발부 여부 등 상황을 보고했다. 다만 군사법원은 체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8월 15일 오전 6시 45분쯤부터 7시 25분 사이 이 전 비서관, 이 전 장관과 수차례 통화하며 1차 체포영장 기각 사실을 보고는 이 전 장관에게 후속 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김 단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로 박 대령 사건의 수사경과와 향후 계획 등을 이 전 비서관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김 단장은 같은날 이 전 비서관에게 대면보고를 요청받았다.

김 단장은 같은날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사건 수사 관련 법리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해 "결론적으로 수사의 외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수사단장의 개인적인 착각이고 사건을 8월 안에 종결(기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이 전 비서관에게 제공했다.

한편 박 대령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모른 채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변호인을 통해 제출했다. 군검찰수심위를 앞두고 이 전 장관은 유재은 전 관리관을 통해 심의위원 중 일부에 국방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국방정책자문위원 3명을 위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8월 25일 열린 군검찰수심위는 위원 5명 수사 중단의견, 위원 1명 기권,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위촉된 위원 3명의 수사 계속 의견 상태로 어떤 의견도 과반을 얻지 못한 채 종료됐다.

군검찰수심위 종료 직후 군검찰은 재차 박 대령의 신병확보를 시도하겠다고 보고하는 한편, 박 대령에게 같은달 28일 오후 2시 조사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군검찰은 2023년 8월 27일 언론을 통해 'VIP(윤 전 대통령) 격노' 등 의혹 제기가 보도되자 박 대령 조사 당일 오전 8시 42분 박 대령의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같은 사실은 김 단장 → 이 전 장관 → 이 전 비서관 → 임 전 비서관 순으로 대통령실로 보고됐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박 대령이 조사에 출석한 사실 등을 이유로 2차 체포영장 청구도 기각했다.

김 단장은 이 전 장관에게 체포영장이 재차 기각된 사실과 함께 곧바로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확보에 다시 나서겠다고 보고했다. 군검찰은 2차 체포영장 기각 이틀 후 박 대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되자 박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김 단장이 공모해 죄가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박 대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도록 직권을 남용했고 이에 따라 박 대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이후 7시간 가까이 감금됐다(직권남용 및 직권남용감금)고 판단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