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바' 생계 버티던 박지현 "일당 19만원은 단 한 번의 미끼에 불과"

"새벽 8시간 물류센터 육체적 노동…하루 쉬면 식비도 못 벌어" 주장
"경험 쌓일수록 수당 줄어드는 구조…노동자에 비자발적 투입 강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페이스북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 두 달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공개하며 "새벽 배송이 개인의 선택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SNS에 '일당 19만 원,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쿠팡 구조를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월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하고 19만 9548원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가 공개한 프로모션 조건에는 △직전 28일 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캠프 근무 이력이 없는 신규 헬퍼 △지각·조퇴 시 추가 수당 미지급 △타 프로모션 중복 불가 △CLS 계약직 지원 불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박 씨는 "높은 시급은 기존 노동자가 아닌 신규 인력에만 주어지는 단발성 미끼였다"며 "경력이 쌓인다고 임금이 오르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수당이 줄어드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센터 노동이 "8시간 내내 반복되는 고강도 작업이었고 하루라도 쉬면 생활비가 흔들리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쿠팡 근무와 녹즙 배달을 병행하다 자전거 사고로 인대가 끊어졌던 경험을 언급하며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큰 역전 현상이 있었다. 하루가 멈추면 생계가 바로 멈춘다"고 했다.

박 씨는 "빠름과 편리함의 시스템은 결국 누군가의 몸과 시간을 비용으로 삼는다"며 "경력이 쌓여도 시급이 오르지 않는 노동 현실 속에서 생계가 급한 사람들은 '선택'이 아닌 '강요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구조를 알고도 새벽 배송이 필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심야 배송 제한과 2교대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여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야간 기사 생계를 무시한 주장"이라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규율은 필요하지만, 새벽 배송을 일괄 금지할 수는 없다"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끝으로 박 전 위원장은 "문제는 개인의 근성이나 선택이 아니라 구조"라며 "그 구조를 직시하는 지점에서 정치와 변화가 출발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