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안 보고 결혼했잖아"…치매 시부 병간호 강요하는 남편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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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시아버지의 치매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뒤 병간호를 강요하는 남편에게 유책 사유가 있을까? 지난 16일 양나래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 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자인 A 씨는 결혼 2년 차로, 남편과 연애한지 얼마 안 돼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탄탄한 직업도 갖고 있고, 시댁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편이어서 빨리 결혼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결혼 초반에는 별 탈 없었으나, 시댁에 가서 시아버지한테 인사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A 씨는 "한두 달 전에도 뵀던 시아버지께 인사를 드렸는데 대뜸 '누구세요?'라고 하셨다. 저를 못 알아보시길래 장난인 줄 알았다. 근데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가 또 왔다 갔다 하시나 보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놀란 A 씨가 자초지종을 묻자, 시어머니는 "아들 결혼하기 전에는 경증 치매여서 멀쩡할 때가 훨씬 많았는데 요즘에는 심해져서 다 까먹기도 한다. 걱정되는데 어쩌겠냐. 자연스럽게 인정해야지"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A 씨는 남편에게 "시아버지 치매가 시작되고 있으면 당연히 얘기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결혼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러자 남편은 "치매가 무슨 정신 질환도 아니고 중대한 병도 아니다. 나이 들면 걸리는 질환이다. 아버지는 경증 치매였고, 병원에서도 약물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길래 굳이 얘기 안 했다. 내가 이런 것도 다 얘기해야 되냐?"라며 "처음에 아버지께 인사드릴 때 너도 아버지가 이상한 점 못 느끼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A 씨는 남편의 얘기에 말문이 턱 막혔다며 "그 이후 시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급격히 안 좋아지셔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됐다.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는데, 남편이 제게 병간호를 하라고 강요했다"고 황당해해했다.

남편은 "어머니도 일하고, 내 동생도, 나도 계속 일해야 한다. 어차피 당신은 집에서 마땅히 하는 일 없으니 아버지 병간호를 맡아라. 모르는 사람 손에 아버지를 맡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신 결혼할 때 우리 집 경제적으로 풍족한 거 보고 왔는데, 아무런 노력도 없이 우리 집안의 부를 가져가려고 했다면 그것도 잘못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A 씨가 시아버지의 병간호를 맡았다며 "남편은 제가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굴었고, 제가 뭔가 잘 못하면 '왜 우리 아빠한테 똑바로 안 하냐?'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경제적으로 좀 편안해지려고 결혼한 건 맞지만, 어린 나이에 내 인생 바쳐가며 치매 시아버지 병간호나 하려고 결혼한 건가 싶었다. 이렇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게 맞는 건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양 변호사는 "치매 환자를 간호하는 건 매우 힘들다"고 공감하면서도 "남편이 아버지의 경증 치매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걸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걸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곧 남편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본적으로 부양 의무를 가지는 것은 직계 가족이다. 며느리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다면 부당한 대우라고 볼 수 있다"라며 "시댁의 경제 상황이 여유롭다면 간병인을 두거나 요양원에 모시면 되는데 전적으로 며느리에게 부양 의무를 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A 씨가 이혼을 결심한다면 이 점을 유책 사유로 주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