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떠났지만 '항소 포기 외압 의혹' 여전히…與·檢 '항명' 공방 확산

항소 포기 경위 규명 요구 목소리 계속…내부망에 속속 글
與, 검사도 국가공무원법 따라 파면하는 '검사징계법' 추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비공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퇴임식을 끝으로 직을 떠났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진상 규명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여권이 이를 '정치 검사의 항명'으로 규정하며 징계 강화법을 추진하면서 사태의 여파가 더욱 번져가는 모양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노 대행이 퇴임식을 끝으로 물러난 이후에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밝혀달라는 내용과 함께 이런 의견을 '항명'으로 규정하는 여권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승영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글을 올리고 "대장동 비리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핵심적인 중요 사건이므로 직무대행(노 대행) 등은 검사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함이 타당하다"며 "노 대행이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검사들이 본인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 검사게시판을 통해 설명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노 대행에게 경위 설명을 요청한 것은 중요 사건 결정에 대한 공판업무를 수행할 때 반영하기 위한 것이고, '선별적 반발'이나 '항명'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독립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을 시사하며 유엔(UN)에서 채택된 인권 관련 국제 지침을 인용한 글도 내부망에 올라왔다.

이성범 수원지검 차장검사는 1990년 9월 유엔에서 채택된 '검사의 역할에 관한 지침' 전문을 올렸다. 이 지침에는 '국가는 검사가 협박, 방해, 괴롭힘, 부적절한 영향력 또는 민·형사 또는 기타 책임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노출 없이 직업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검사는 법과 관련된 문제, 사법, 인권의 신장과 보호에 관한 공개적인 토론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등 내용이 담겼다.

앞서 노 대행은 이날 오전 열린 퇴임식에서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둘러싼 법무부 외압 의혹 등에 관해 해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정부·여당이 징계안을 논의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은 안타깝다"며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일각에선 노 대행의 자진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법무부 장·차관이 항소 포기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검찰 내부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이 내놓은 퇴임사에서 항소 포기 경위에 관한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탄핵 절차 없이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폐지안을 발의하자 여권이 규정한 '항명'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내놓을 검사징계법 대체법률안은 항명 검사들에 대해 다른 공무원처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해임, 파면까지 가능하다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검사들도 일반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집단행동 등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오후 신임 대검찰청 차장으로 구자현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9기)을 임명했다. 노 대행의 후임으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을 구 고검장이 검찰 안팎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