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성폭행 후 임신하자 50만원 건네며 낙태 종용한 협회 이사

(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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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농아인협회 현직 이사가 협회의 수어 통역센터장인 30대 A 씨를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JTBC에 따르면 현직 이사는 농아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30대 A 씨는 2021년 수어 통역센터장을 맡게 됐다. 농아인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다.

A 씨는 이즈음 농아인협회 정 모 이사가 접근해 왔다고 했다. 정 이사는 50대로 나이 차이는 컸고, 협회에서 권력자였다.

A 씨는 "(정 이사가) 처음에는 '밥 먹으러 가자, 만나서 놀자' 이런 식으로 계속 말을 하길래 그냥 계속 '싫습니다, 아닙니다' 하면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표현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는 "(나중에는) '우리 남녀 관계로 만나자, 너 미국 모르냐, 미국은 성관계 이런 거 개방적이다, 서로 즐기면 되지' 강요하듯이 말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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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이듬해인 2022년 업무 출장에서 정 이사가 호텔방으로 몰래 들어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이사가) 갑자기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쫓아내고 옷을 얼른 입었다"고 했다.

A 씨가 "왜 같은 방을 쓰려고 하느냐"고 따져 묻자 정 이사는 "야, 괜찮아. 여기 침대 2개잖아. 각자 자면 되지 괜찮아"라고 했다.

같은 해 5월 A 씨는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임신까지 했고 이 사실을 알리자 또다시 성폭력을 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낙태 수술을 하라며 돈 50만 원가량을 건넸다고도 말했다.

정 이사는 A 씨를 고립시키기 위해 협회 회원들에게 "A 씨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 정황도 파악됐다.

정 이사는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사실이면 증거를 확보해 고소하라"고 짧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국 157개 수어 통역센터장직(무급 제외)의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었던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총장이었던 조 모 씨가 농아인 회원들을 상대로 갑질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 모 씨는 권력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돈을 상납받았다. 외국에 다녀오는 직원들에게는 양주 밀반입을 강요했다. 또 한 카페에서 농아인 직원과 대화를 나누던 조 씨는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선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한쪽 허벅지가 얇아졌다"고 큰소리치는 CCTV 장면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