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폐지박스 쪽잠' 사진에 경찰청 "실내 대기실 확보에 한계 있었다"

"보문단지 내 임차 가능한 실내 공간 부족"…일정변경 따른 혼선도
"쾌적한 환경 제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재발 않도록 개선할 것"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대기 공간 사진 갈무리. 영화관 바닥에 모포 등이 깔려 있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박스를 덮고 쪽잠을 자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논란이 일자 경찰청이 "실내 공간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경찰청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북경찰청은 보문단지 내 경찰관 대기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시설을 임차했으나 모든 경찰관이 대기시간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는 보문단지 내 임차 가능한 실내 공간이 부족한 현실적 제약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경찰청의 해명은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이 전널 APEC 정상회의 당시 열악했던 숙박·식사 상황을 포착한 사진 17장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 중에는 경찰들이 행사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 주황색 모포를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모습과 야외에서 무대장치를 식탁 삼아 의자도 없이 식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경찰청은 "부득이 대규모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해 임차 버스를 주차하고 경찰관들이 대기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쪽잠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 속 경찰들이 "대기 근무 중인 상황"이었다며 "인근 근무지 근무자 중 대기 버스가 불편하다고 느낀 일부가 영화관 무대와 복도 등에 지급된 담요·박스 등을 깔고 휴게한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영화관은 리클라이너 좌석 138석을 포함해 총 630석 규모였다. 영화관 로비 등에는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등이 마련됐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대기 공간에서 발견됐다는 바퀴벌레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 장소를 확인하기 어려우나 영화관·수련원·호텔 등 대관 장소는 계약 시부터 관리주체 측에서 청결 상태를 유지토록 했으며 정기적으로 청소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10일 경찰직협이 공개한 APEC 당시 경찰들의 식사 환경 사진. 당초 해당 장소에 동원된 경찰들은 경주실내체육관을 식사장소로 사용키로 했으나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장소 용도를 변경함에 따라 일부는 버스 내에서, 일부는 야외에서 취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일정 및 장소 변동으로 인한 혼선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들의 야외도시락 취식은 미 대통령을 포함한 상당수 정상의 조기 입국과 주최 측의 장소 제공 변경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불만을 접수하면서 신속하게 개선하고자 노력했음에도 일부 직원들한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기획단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점을 분석하고 기록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도 "임박해서 갑자기 배치하는 날짜가 바뀌기도 하고, 시설이 부족하기도 해서 불편을 주게 된 것, 직원들이 만족하며 근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거듭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경찰직협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연 데 이어 오는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도 사진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realkwon@news1.kr